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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8-09 조회수 : 319

가족에 대한 적대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형제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이 어려웠을 때 가족들이 모두 외면했다는 이유였지요.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몇 차례 사업 실패를 했고 실패를 할 때마다 가족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또 한 번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번에도 가족의 도움을 청했는데 “이제 더 이상 도와줄 수 없다.”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이었지요. 무릎까지 꿇으면서 제발 한 번만 살려달라고 부탁했지만 가족 모두가 외면했답니다. 

형제님께서는 가족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면서 이제 가족들을 절대로 만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형제님의 커다란 착각은 사랑과 희생을 구분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방적인 희생이 사랑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사랑은 누군가를 살게 하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일방적인 희생은 누군가를 죽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 형제님은 일방적인 희생으로 자신을 살게 하는 것이 가족 간에 가져야 할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일방적인 희생으로 상처를 받게 되는 누군가가 생긴다는 점은 생각하지 못한 채 말이지요. 

문제의 시작이 바로 자기 자신에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 안에 갇혀 있다 보니 사랑 없는 가족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말로써 가족과의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자신의 생각의 생각에 갇혀 있어서 다른 이들과의 거리감을 둘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상대방은 물론 내 자신 역시 너무나도 힘들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지요.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라고 묻습니다. 제자들은 “세례자 요한, 엘리야,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면서 사람들의 말들을 전합니다. 그때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라고 물으시지요. 베드로가 곧바로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정답을 이야기합니다. 이 정답으로 인해 베드로는 교회의 반석이 되고, 하늘 나라의 열쇠를 받게 되는 영광을 얻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신원을 잘 알고 있는 베드로라면 이제 당신의 앞날에 대해 말해도 되겠다 싶었나 봅니다. 그래서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이야기해주시지요. 그러자 베드로가 곧바로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라면서 반박합니다. 주님의 뜻은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에만 머물러 있는 모습입니다. 이 모습에 주님께서는 사탄이라는 말까지 쓰시면서 혼을 내십니다. 

자신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주님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의 뜻을 헤아릴 수 있는 우리, 그래서 주님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웃들과 함께 진정한 사랑을 나누는 주님의 참 제자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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