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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7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8-17 조회수 : 321

지난 국내 성지 순례를 하다가 숙소에서 먹을 컵라면을 구입하기 위해 편의점에 들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 안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종류의 컵라면이 진열되어 있더군요. 기왕이면 예전에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을 찾아서 한참을 서서 골랐습니다. 이것은 양이 너무 적고, 이것은 너무 자극적일 것 같고, 이것은 너무 아이들 입맛에 맞춘 것 같고... 이런 식으로 따지다 보니 컵라면 하나를 고르는데도 거의 10분 가까이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물건을 하나 고를 때 우리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서 선택을 합니다. 기왕이면 잘 선택해서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잘 생각했다고 해서 후회가 없을까요? 사실 10분 가까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선택했던 컵라면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아주 이상한 것이 제 입맛에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어떤 신부님으로부터 제가 먹어봤던 이 컵라면이 너무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저의 조리법이 틀렸던 것입니다. 저는 스프를 모두 넣고 물을 부었는데, 먼저 끓는 물을 부어서 라면을 익힌 다음에 물을 버리고 스프를 넣어서 먹는 것이었습니다. 컵라면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제가 잘못한 것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은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렇게 신중을 기했어도 많은 다툼 속에서 헤어지는 경우가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상대방에게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말이지요. 정말로 그런 것일까요? 

오늘 복음에서 보면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찾아가 이혼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즉, ‘이유만 있다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되는가?’ 라는 것이지요. 여기에는 당시 혼인을 마치 매매 계약처럼 생각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에 주님께서는 혼인의 불가해소성에 대해 이야기해주십니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나의 배우자는 단순한 소유물이 아닌 내 몸처럼 사랑해야 할 나의 또 다른 몸이라는 것입니다. 내 몸 중에서 어디 한 군데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버리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나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어디 한 군데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버리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서로가 진정한 하나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면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 조리법을 꼼꼼하게 봐야 하는 것처럼, 상대방을 먼저 잘 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줄 수 있으며, 그때 주님께서 함께 하시는 성가정을 이룰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내 자신의 선택에 큰 만족을 얻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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