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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22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8-22 조회수 : 284

신부가 된 첫 해, 가족들과 함께 난생처음 동남아의 태국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 새로운 문화를 느끼면서 4박 5일의 일정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때 가장 힘들었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쁜 일정도 쉽지 않았지만 더 힘든 것은 음식이었습니다. 어떤 것도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동남아 음식에 들어가는 향신료가 저를 무척이나 힘들게 했습니다. 바로 상차이라고 불리는 ‘고수’ 때문이었습니다. 

국수를 워낙 좋아하는데, ‘고수’가 들어간 쌀국수를 태국에서 처음 먹게 되었습니다. 심한 화장품 냄새에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그냥 남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짐을 하게 되었지요. ‘이 고수를 다시는 절대 먹지 않겠다.’라고 말입니다. 지금 현재, 제가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한 가지는 바로 ‘쌀국수’입니다. 그런데 이 쌀국수를 주문하면서 반드시 이렇게 말합니다. “고수 많이 주세요.”

지금은 이 ‘고수’를 너무나도 사랑합니다. 자극적인 향은 입맛을 돋우어주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처음 접할 때에는 기겁을 하면서 다시는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제가 이제는 이 ‘고수’의 열렬한 팬이 되어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고수’를 통해서 어떤 음식도 모두 다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힘들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은 특별한 맛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았기 때문이지요. 

주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신앙심이 그렇게 두텁지 않으신 분들은 세상 살아가는데 주님의 말씀이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고 하십니다. 특히 어떻게든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은 도저히 따를 수 없다고도 말씀하십니다. 어리석은 바보 같고, 그렇게 세상 물정을 몰라서 뒤처지는 멍청이 같아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주님께서는 공평하지도 않으십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를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포도밭에서 일한 일꾼에게 품삯을 주는데 이른 아침부터 일한 사람이나, 아홉 시에, 또 열두 시와 오후 세 시에, 마지막으로 오후 다섯 시쯤부터 일한 사람 모두 똑같이 한 데나리온씩을 받습니다. 세상의 원칙으로는 너무나도 불공평합니다. 그러나 주님의 원칙은 언제 어디서나 충실한 사람에게 당신의 사랑과 은총을 똑같이 준다는 것입니다. 

이 주님의 사랑을 알게 된 사람은 비로소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 분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을 잃어도 주님만은 절대로 잃지 않겠다고 이야기합니다. 맛을 알게 된 후 비로소 ‘고수’의 열렬한 팬이 된 것처럼, 주님의 사랑을 깨닫게 된 사람은 주님의 열렬한 팬이 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주님을 봐서는 안 됩니다. 대신 주님의 기준, 사랑의 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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