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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8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9-08 조회수 : 305

어느 미학자의 책표지에 이런 글이 적혀 있다고 합니다. 그 글은 ‘딸과 아버지의 대화’였습니다. 

“아버지들은 자식들보다 아는 것이 더 많나요?”

“그럼, 그들은 인생을 더 많이 살았으니까.”

“그런데 왜 증기기관은 와트의 아버지가 아니라 와트가 발명했어요?”

인생을 더 많이 살았다고 해서 더 많은 것을 안다고 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종종 이런 사람들을 만납니다. “젊은 사람이 뭘 알아?”라고 말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면서 무조건 자신의 말만이 옳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이렇게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생각하면서 독불장군 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사람을 가리켜서 ‘꼰대’라고 말합니다. 이런 분들과는 대화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가까이 하기가 힘듭니다. 

반대로 더 많이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들어주는데 노력을 기울이시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또한 상대방에 대한 지지와 응원도 아끼지 않으십니다. 이런 분을 향해서 우리는 ‘지혜로운 사람’(현자)라고 말합니다. 이분들 곁에는 늘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삶의 지혜를 통해서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 꼰대가 되어야 할까요? 아니면 현자가 되어야 할까요? 그 선택의 몫은 당연히 내 자신에게 있지만,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길은 분명히 현자입니다. 자기 자신이 자신을 높이는 삶이 아니라, 남이 자신을 높이는 삶이야말로 보람 있고 행복한 길입니다. 

오늘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을 맞이하면서 성모님의 삶을 묵상해봅니다.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타이틀만 놓고도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모님께서는 자신을 드러내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으셨습니다. 항상 예수님 뒤에 계시면서, 침묵 안에서 꿋꿋하게 하느님 아버지의 뜻만을 따르신 것입니다. 

아픔과 상처가 끊이지 않는 고통과 시련의 연속이었지만 불평불만을 던지는 원망의 삶이 아닌, 침묵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는 감사와 찬미의 삶을 사셨습니다. 그 결과 ‘꼰대’의 모습이 아닌, 가장 지혜로운 ‘현자’의 모습으로 우리가 성모님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높이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남이 자신을 높이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성모님의 모습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침묵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으셨던 성모님, 깊은 겸손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하셨던 성모님을 말입니다. 그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체험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 행복은 인간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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