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9월 22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9-22 조회수 : 287

얼마 전, 저의 출신 본당에서 특강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신학생 때의 제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만 같아서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래도 강의 부탁에 대해서 웬만하면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허락을 했고 며칠 전에 긴장 속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사실 신부가 되어 그 본당을 떠난 지가 벌써 20년이나 되었으니 저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강의를 듣는 분들을 보니 세월의 흔적은 분명히 느낄 수 있겠지만, 낯익은 얼굴을 많이 볼 수가 있더군요.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한 신자분이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신부님, 신학생 때에도 말씀을 잘 하시더니, 여전히 말씀을 잘 하시네요.”

이 말씀에 저는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분의 기억이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신학생 때에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늘 뒤에서 조용히 있는 모습이 저였습니다. 그런데도 이 분의 기억은 말 잘 하는 저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왜 일까요? 바로 지금의 모습으로 과거를 연관시키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과 상관없는 남에 대해 큰 관심을 갖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을 보고서 과거도 이러했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과거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과거에 연연한다고 해서 과거의 사실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긍정적인 모습을 통해서 과거의 긍정적인 모습 역시 끄집어 낼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사는가가 아닐까요?

주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을 전해주십니다. 길에 떨어진 씨, 바위에 떨어진 씨,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 그리고 좋은 땅에 떨어진 씨를 말씀하십니다. 당연히 좋은 땅에 떨어져 자란 씨가 백배의 열매를 맺습니다. 이 땅의 상태가 바로 우리들의 마음이라고 하시지요.

가장 좋은 씨인 하느님의 말씀이지만 이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어떤 땅인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 ‘좋은 땅’과 같은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이런 마음으로 간직하는 사람은 절대로 과거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또한 미래를 걱정하는데 시간을 소비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지금이라는 시간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농부들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분명히 좋은 열매도 또 많은 열매도 맺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맡겨주신 나의 삶 역시 잠시도 소홀히 할 틈이 없습니다. 우리가 이 땅에 있는 것은 하느님의 영광이 환하게 드러내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 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떠올려 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의 내 모습이 멋진 미래를 만들고, 더불어 과거 역시 멋진 과거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