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10월 2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0-21 조회수 : 319

신학생 때 만나는 신부님마다 이러한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열심히 공부해라.”

신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어학, 철학, 신학, 성서 등 방대한 학문을 공부합니다. 솔직히 수업을 들으면서 ‘지금 배우고 있는 것들이 나중에 신부가 되어서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많이 생겼습니다. 라틴어, 희랍어, 히브리어 등을 배우는데 공부를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지 지금 이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지요. 철학이나 신학 역시 일상 삶 안에서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이런 공부들에 집중하기 보다는 기도를 더 열심히 하고 주님의 말씀이 담긴 성서 공부에만 충실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지요. 이런 마음을 갖다보니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이 그렇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사제 서품을 받은 지 벌써 20년이 되었습니다. 나름 사제의 직무에 충실하게 이행하면서 살아보니 이제야 “열심히 공부해라.”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단순히 지식 함양의 차원이 아니었습니다. 사제는 사람의 영혼을 올바른 이끌어야 하는 중대한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별 지식 없이 또 그에 따른 노력 없이 대충 살아서는 그 사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아마 그런 이유로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자신의 삶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사명을 올바르게 파악했을 때 가능합니다. 그 사명을 제대로 깨달은 사람은 절대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공부를 너무나도 싫어했던 고등학교 때 친구가 생각납니다. 이 친구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산업전선에 뛰어들었지요. 지금은 자신의 사업을 해나가면서 안정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늦게나마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합니다. 공부의 필요성을 늦게나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우리들을 향해서 하나의 사명을 주셨습니다. 그 사명은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라는 것입니다.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전교 사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을 정말로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혹시 전교는 내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사람들을 주님의 곁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이끌지 않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신앙인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하면서 숨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이 세상 모두의 구원을 위해서 이 땅에 오셨고 십자가를 짊어지셨습니다. 주님의 사랑은 단 한 명도 제외되지 않고 모두가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이 사랑을 받아들인다면 주님께서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하신 전교 사명을 소홀히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주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파견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로마 10,14.15)라고 말합니다. 주님으로부터 사명을 받아 세상에 파견된 우리들은 주님의 말씀을 힘차게 선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이사야 예언자가 보았던 주님의 집이 서 있는 산으로 모든 민족들이 밀려드는 환시(이사 2,2-3 참조)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5)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 보시는 시각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주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명을 충실히 이행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시겠습니까? 

주님으로부터 받은 사명에 충실한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주님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마지막 희망인 하느님 나라에 모두 함께 기쁘게 입성할 수 있습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