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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1일 _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0-21 조회수 : 334

2018. 10. 21 전교주일-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마태오 28,16-20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사명을 부여하시다)


그때에 열한 제자는 갈릴래아로 떠나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산으로 갔다. 그들은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러나 더러는 의심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다가가 이르셨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 복음 선포는 복음을 사는 것입니다 >


복음 선포는 광고 전단 뿌리듯이 하느님에 대한 일단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복음 선포는 시기와 질투로 얼룩진 세상에 사랑을 심는 것입니다. 복음 선포는 불신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세상에 믿음을 심는 것입니다. 복음 선포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어둠 속 절망에 놓여있는 세상에 희망을 심는 것입니다. 복음 선포는 서로가 서로에게 적이 되어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고자 버둥거리다가 결과적으로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 세상에 하느님께서 주신 참 삶, 참 생명을 심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복음은 화려한 미사여구나 감언이설로 전해질 수 없습니다. 복음은 복음을 사는 사람들을 통해서 보여 질 뿐입니다. 복음을 보여주는 것이 복음을 전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언어입니다. 온갖 유형무형의 폭력과 억압으로 자신의 권력을 움켜잡으려는 사람이 어떻게 더불어 사는 ‘평화의 복음’을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가난한 이의 작은 것마저 빼앗으려 혈안이 된 사람이 어떻게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내어놓는 ‘섬김과 나눔의 복음’을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의 추악함을 감추는 것도 모자라 악을 선이라고, 더러움을 깨끗함이라고, 어두움을 빛이라 강변하는 사람이 어떻게 ‘진리의 복음’을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 어느 것도 줄 수 없는 기쁨, 희망, 사랑, 정의, 평화를 복음 안에서 찾지 못하고, 누리지 못하고, 보여 주지 못하는 사람이 단지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직 믿음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을 신앙생활로 초대하는 것은 위선이며 사기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복음 선포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먼저 복음 선포의 사명을 받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복음화 되어야 합니다. 복음화 된다는 것은 단지 성사생활이나 개인적인 신심생활, 또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사도직활동에 충실한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복음화 된다는 것은 복음을 사는 것입니다. 개인적 집단적 이기심과 탐욕을 버리고 더불어 함께 사는 것입니다. 개인적 사회적 악에 희생되고 고통 받는 이들과 연대하여 선과 정의를 이루는 것입니다. 재물과 권력의 우상숭배를 단호히 거부하고 하느님만이 주님이시라고 힘차게 고백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스스로 쳐놓은 거룩함과 안락함의 울타리를 허물고 세상을 복음으로 물들이는 것입니다.


복음 선포는 사람을 바꾸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단지 사회 제도 몇 가지를 바꾸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변화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심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끝이 보이지 않는 머나먼 길입니다.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이미 시작된 하느님 나라, 그러나 완성의 그날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야 할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서 일구어나가는 고된 여정입니다. 이 여정 한 가운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있습니다. 우리 마음대로 이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부르셨기에 함께 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먼저 변화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복음화 되어야 합니다. 우리를 통해 복음을 드러내야 합니다. 오늘은 주님께서 복음 선포의 사명을 맡기신 것을 기억하기에 기쁘고도 감격스러운 날입니다. 동시에 아직도 삶의 많은 부분에서 복음과는 거리가 먼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반성하는 부끄러운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를 사랑하시고 믿으시며 희망하시기에 복음 선포라는 거룩하고 귀한 사명을 맡기신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우리 자신이 나날이 복음화 되어 온 누리 모든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온 삶을 정성껏 봉헌하기를 다짐하는 또 하나의 첫 날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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