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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8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0-28 조회수 : 350

군대를 다녀온 지 벌써 25년이 넘을 정도로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종종 군대에 있을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그만큼 군대에서의 경험은 잊기 힘든 강력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선임병으로부터 기합 받던 기억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입대를 하고 얼마 되지 않을 때에 한 고참이 저를 비롯한 신병들을 집합시켰습니다. 그리고 일장연설을 합니다. 

“나는 정말로 너희들에게 잘 해주려고 했다. 그런데 너희는 잘 해주는 것을 오히려 이용만 하고 있다. 내가 그렇게 만만한가? 우리 때에는 고참들에게 아무 이유도 없이 두들겨 맞았다. 내가 당한대로 너희에게도 해줄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뭐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 고참이 무엇을 잘 해줬는지를 모르겠더군요. 그보다는 “내가 힘들게 생활했으니, 너희도 힘들어야해.”라는 마음으로 우리를 대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동기병들과 “우리는 고참되어서 저렇게 하지 말자.”라고 다짐을 참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저와 동기들도 고참이 되면서 이 잘못된 모습들을 닮아가더군요. 

군대에서만 이런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어렵고 힘들면 남도 똑같이 어렵고 힘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까? 특히 내게 상처를 준 것을 떠올리면서 복수해야 정의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까? 남들이 잘 사는 것 같으면 괜히 시기하고 질투하지 않았습니까? 이러한 마음에서 자신이 받은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게 됩니다. 내가 받지 않은 것, 내가 상처받은 것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시기와 질투의 삶을 끊어버리기를 바라십니다. 복수하고 상처 주는 삶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십니다. 그래야 이 세상 안을 사랑으로 가득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다른 이들에 대한 판단과 단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로 사랑밖에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이 사랑으로 늘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그래서 시기질투하지 않으시고, 우리의 잘잘못에 대해 하나하나 따지면서 벌을 주시지도 않습니다. 사랑으로 계속 기회를 주시면서 당신 곁으로 다가오기를 간절히 바라십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변호하는 포도 재배인이 바로 주님의 모습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변호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기회를 계속 주시고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감싸 안아도 주님 사랑의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결국 잘려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의 열매를 어떻게 맺겠습니까? 죄에서 벗어나 주님의 사랑을 내 몸과 마음으로 실천해야지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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