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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1-13 조회수 : 297

성녀 마더 데레사 수녀님께서 인도에서 자선 활동을 막 시작하셨을 때의 일화가 생각납니다. 수녀님께서는 허기진 고아들을 위해 먹을 것을 얻으러 다니셨습니다. 그리고 어느 빵가게에 들어가셔서 이렇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저는 데레사 수녀입니다. 이 길거리 모퉁이에 고아원을 새로 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 배가 고픕니다.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팔다 남은 빵이 있으면 좀 주십시오.”

그러나 빵집 주인은 욕지거리와 함께 수녀님 얼굴에 침을 뱉었습니다. 힌두교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인과응보의 법칙에 따라 고아가 된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면서 굳이 동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외국인 여자에게 좋은 대접을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수녀님께서는 얼굴의 침을 닦으면서 물러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답니다. 

“저를 위해 침을 주셨으니, 이제 아이들을 위해서도 무엇인가를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에게 빵을 좀 주세요.”

수녀님께서 빵가게에 간 것은 아이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 위한 것이었지, 자신의 얼굴이나 자존감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런 모욕을 당해도 당당하게 빵을 청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중요한 사실을 놓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자존심은 별 문제가 되지 않다고 생각하셨던 것이지요. 

중요한 사실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사실에 집중한다면 다른 부차적인 것은 별 것 아닌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다른 부차적인 것들이 전부인 것처럼 착각합니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주님께서는 오늘 종의 비유 말씀을 하시면서 이러한 자세로 살아야 한다고 하십니다.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종에게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주인을 잘 보필하는 것뿐입니다. 자신이 행한 일을 인정받고, 또한 알아주지 않는다면서 억울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겸손함을 간직할 때 주인에게 충실한 종이 되는 것입니다. 

이 겸손한 종의 모습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이라고 말하면서, 주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사실 하나에 집중한다면 세상 안에서 어떤 어려움과 힘듦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이유를 간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참된 평화를 얻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내가 지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입니까? 주님의 뜻에 맞게 살아가는 것,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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