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린 자녀와 함께 여행을 갔다가 비상 상황이 찾아왔습니다. 산소가 부족해서 산소마스크를 써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이를 제쳐두고서 자기 먼저 산소마스크를 쓰시겠습니까? 아니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아이에게 먼저 산소마스크를 씌워 주겠습니까? 당연히 사랑하는 아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씌워줘야 할 것 같지만, 비행기 이륙 전에 하는 안전 안내 방송을 보면 우리의 생각과 다릅니다. 보호자부터 빨리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뒤에 아이를 돌보라고 하지요.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는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아이보다는 어른이 훨씬 더 이성적이기 때문에 어른인 보호자가 먼저 착용한 뒤에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화재가 났을 때에 인명 사고가 많은 이유는 자신이 들어갔던 문으로 탈출을 시도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공포 상황에서 사람들은 더 빠르고 안전한 출구를 찾기보다, 자신의 기준에 구축한 행동 양상에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고통이나 시련으로 인해 힘들어질 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이들이 과거의 방식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될 때, 당황해 하면서 어떻게 할 줄을 몰라 하는 것입니다.
본능이나 과거의 경험에 의존하는 감정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을 찾아내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특별히 주님과의 관계는 더욱 더 인간적인 관점과는 차이가 있음을 깨닫습니다. 전지전능하신 주님을 한계를 지니고 있는 인간의 기준으로 바라봐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모님께서 하느님께 봉헌되신 것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성모님의 봉헌은 성모님 삶 전체를 통해서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고통과 시련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이지만, 이를 인간적인 기준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보통의 인간들처럼 불평불만으로 가득 찬 모습으로 사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철저히 주님 중심으로 사셨고,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면서도 우리의 어머니가 되실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께 봉헌된 몸입니다. 그런데 과연 어디에 중심을 두고 살고 있습니까? 인간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주님 중심으로 살아야 합니다.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때, 우리에게 가장 큰 행복으로 다가오시는 주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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