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11월 25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1-25 조회수 : 303

북유럽 어느 나라에 비만 치료에 탁월한 성과를 내는 센터가 있다고 합니다. 보통 비만 치료라고 하면 식이요법, 운동요법, 약물치료, 수술 등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센터에서는 우리들의 생각하는 치료들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엄청난 결과를 낸다고 하네요. 그 방법은 바로 정기적으로 누드사진을 찍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진을 크게 인화해서 고객이 자주 볼 수 있는 곳에 걸어놓고 생활하게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고객은 알아서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스스로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체중감량에 성공하게 됩니다. 이 센터에서 판단한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자기 몸을 스스로 바라보는 것에 있다고 말합니다. 

사실 많은 이들이 다른 사람들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만이 가장 좋은 것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서 자신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초라한 모습처럼 여겨집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아십니까? 내 자신의 모습 역시 부러워하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따라서 내 자신을 먼저 똑바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 자신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알 수 있으며, 다른 이들을 향한 여유 있는 사랑의 마음도 간직할 수가 있습니다. 

내 자신에 대해서 큰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외부의 어떤 장애물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습니다. 다른 이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자신의 행복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큰 자존감으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세상의 흐름에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며, 대신 주님의 뜻에 맞춰서 항상 힘차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연중시기의 마지막 주일로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말 그대로 임금이신 예수님을 기리는 날이지요. 그런데 예수님의 이 영광은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과 다릅니다. 즉, 권위와 재력과 같은 물리적인 힘으로써 영광을 얻으신 것이 아니라, 사랑과 평화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는 겸손으로 참된 영광을 얻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빌라도가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요한 18,33)라고 심문을 하실 때에도 떳떳할 수 있었습니다. 

주님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습니다(다니 7,14 참조). 그런데 우리들은 지금의 유한하고 곧 사라질 이 세상만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러다보니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도 없이 힘없이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 제2독서 요한 묵시록에서 말하고 있듯이, 주님께서는 성실한 증인이시고 죽은 이들의 맏이이시며 세상 임금들의 지배자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런 분께서 우리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셔서 우리를 죄에서 풀어 주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묵시 1,5 참조).

이러한 주님과 함께 할 때, 내 자신의 자존감은 저절로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나를 지켜주지도 또 함께 하지도 않지만, 주님께서는 절대로 우리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주님과 함께 할 때 커다란 힘을 내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참 영광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따라서 이제는 세속적인 기준만을 내세우는 어리석은 모습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만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여기에 집착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주님께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뜻에 기준을 맞추면서 살아간다면 분명히 매 순간을 의미 있고 기쁘게 살아갈 것입니다. 

여행할 때 짐이 많으면 오히려 여행 자체를 즐길 수가 없습니다. 단출하게 그리고 필요한 것 몇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많은 것이 필요한 것 같지만, 오로지 주님만 있으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서 주님을 느끼지 못하고 그래서 힘들다고만 외쳤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요한 18,37)고 말씀하십니다. 참 진리 자체이신 주님께 속한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주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