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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2-03 조회수 : 297

먼저 공지사항 한 가지 말씀드립니다. 제가 오늘부터 베트남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옵니다. 3박 5일의 일정입니다. 이 기간 중에 새벽 묵상 글은 계속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혹시 몰라서 이렇게 공지합니다. 현지의 인터넷 사정이 나빠서 묵상 글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무튼 베트남 성지순례는 저도 처음 가보는 곳이라 많은 기대를 안고 출발합니다. 성지에 가서 많이 기도하고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의 묵상 글 시작합니다.

창작의 고통에 대해 말하는 어느 작가의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 역시 부족함이 너무 많지만 매일 새로운 묵상 글을 쓰는 창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글을 쓰는데 고통이 없는 것입니다. 물론 처음 새벽 묵상 글을 쓸 때에는 어렵고 힘들었지요. 그러나 묵상 글을 쓴 지 18년째 되고 있는 지금, 고통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저는 글을 쓰는 것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제게 주어진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사실 아무리 즐거운 것도 일의 개념으로 넘어가면 어느 순간에 고통이 찾아옵니다. 그냥 원래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어렸을 때, 저는 씻는 것이 제일 싫었습니다. 학교 다녀오면 어머니께서는 곧바로 “손 닦고, 발 닦아라.”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때마다 어차피 더러워질 것을 왜 씻는지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머리 감는 것, 목욕하는 것도 커다란 고욕이었습니다. 머리 감을 때 비누거품이 눈에 들어가면 얼마나 따가운지 모릅니다. 또한 목욕할 때에 때밀이 수건으로 미는 것은 너무나 아팠습니다. 그래서 씻는 것이 정말로 싫었습니다. 

지금 현재 저는 씻는 것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목욕탕을 찾아가서 오랜 시간 머무르기도 합니다. 씻은 뒤의 깨끗함과 상쾌함은 제게 큰 만족을 가져다줍니다.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요? 씻는 것을 반드시 치러야 할 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 자신이 하고 있는 그 모든 것 역시 일이 아닌 그냥 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어떨까요? 일이 아니라,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주님께 대한 믿음 역시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싶습니다. 많은 이들이 신앙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십니다. 이 신앙생활이 나의 삶을 만드는 과정이 아닌 해치워야 하는 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 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에 힘들어하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백인대장의 믿음에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철저하게 주도권을 주님께 맡기고 있습니다. 

그는 나름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지요. 이 지위를 이용해서 예수님을 불러서 치료하라고 명령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직접 찾아와 도움을 청했으며, 자신의 종에게 굳이 갈 필요 없음을 고백합니다. 대신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주님의 말씀만으로도 충분히 종이 나을 것이라는 이 말은 주님께 주도권을 맡겨드리는 모습입니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 이 정도는 해줘야한다는 식으로 주님을 대하게 되면 결국 주님과의 관계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주님의 뜻을 따르기도 힘들어질 것입니다. 

주님께 주도권을 맡기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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