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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5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3-05 조회수 : 324

역시 집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니 어떤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신부님도 이제 늙었나 봐요.” 하긴 이번 순례 때에는 조금 힘들었습니다. 하루에 12,000번 보 이상을 걷는 것이 쉽지만은 아닌 것입니다. 괜히 피곤했고 그러다보니 순례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면 곧바로 꿈나라에 빠지기 일쑤였습니다. 여기에 시차 적응으로 인해 새벽 2~3시면 저절로 깨어나니 더욱 더 힘들었지요. 그래서 다짐한 것 하나는 돌아가면 열심히 운동하자는 것입니다. 

문득 예전에 수영을 배울 때가 생각납니다. 사실 여러 가지 운동이 있었지만, 수영이 가장 몸매를 멋지게 만들어준다는 사람들의 추천에 솔깃했던 것이지요. 실제로 수영선수들의 몸이 얼마나 멋집니까? 열심히 수영을 하면 매끈한 몸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수영을 선택했습니다. 1년 넘게 열심히 수영을 했습니다. 그러나 제 몸은 그렇게 멋지게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날 수영강사에게 물었습니다. 

“수영을 열심히 했는데도 제 몸은 그대로죠?”

수영강사는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말해주더군요. 

“화장품 열심히 바른다고 화장품 모델처럼 바뀝니까?”

근육이 형성되는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바뀌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겨우 1년 넘게 수영한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착각 속에 빠졌던 것입니다. 

우리의 삶 안에서도 이런 착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바뀔 수가 없는데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착각입니다. 신앙 안에서도 그런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는 우리입니다. 단순히 열심히 기도하고 열심히 봉사활동을 했으니까 자신이 생각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착각입니다. 이 착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하느님의 뜻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내 뜻만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는 예수님께 말합니다.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으니 그에 걸 맞는 은총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 은총이라는 것이 우리의 뜻과는 많이 다르다고 하십니다. 즉, 현세에서 많은 재물을 얻고 높은 지위를 얻는다고 하지 않고, 죽음의 위협이 동반하는 박해를 받는다고 하십니다. 주님을 따르는 것은 이 세상에서의 부귀영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하느님 나라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길이었습니다. 이 길을 향해 걷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입니다. 

이제 더 이상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대신 하느님 뜻에 집중해야 합니다. 지금 내게 다가오는 결과만을 바라보고 실망하거나 좌절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 집중하면 그만큼 내 자신이 변화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끝에 하느님께서 주시는 가장 큰 선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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