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3월 10일 _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3-10 조회수 : 324

2019. 03. 10 사순 제1주일


루카 4,1-13 (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시다 )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성령으로 가득 차 요르단 강에서 돌아오셨다. 그리고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 사십 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그동안 아무것도 잡수시지 않아 그 기간이 끝났을 때에 시장하셨다.


그런데 악마가 그분께,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가서 한순간에 세계의 모든 나라를 보여 주며, 그분께 말하였다. “내가 저 나라들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당신에게 주겠소. 내가 받은 것이니 내가 원하는 이에게 주는 것이오. 당신이 내 앞에 경배하면 모두 당신 차지가 될 것이오.”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운 다음, 그분께 말하였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여기에서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지 않소? ‘그분께서는 너를 위해 당신 천사들에게 너를 보호하라고 명령하시리라.’ ‘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하신 말씀이 성경에 있다.” 하고 대답하셨다.


악마는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갔다.


< 예수님께서 꿈꾸시는 세상은 >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


예수님께서 꿈꾸시는 세상은 …


굶주린 이의 밥줄을 볼모로 삼아,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비정한 이가 없는 세상입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 사람으로서 소중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내팽개치는 가엾은 이가 없는 세상입니다. 먹을 것, 입을 것, 쉴 곳이 더 이상 사람들을 가르는 삶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 세상입니다. 보잘것없는 것이나마 넉넉하게 나누어짐으로써, 하느님을 향한 감사의 노래가 온 누리에 울려 퍼지는 세상입니다.


“내가 저 나라들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당신에게 주겠소.

내가 받은 것이니 내가 원하는 이에게 주는 것이오.

당신이 내 앞에 경배하면 모두 당신 차지가 될 것이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예수님께서 꿈꾸시는 세상은 …


권력, 재물, 명예가 아니라,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입니다. 사람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엇에 의해 평가받지 않고,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존중받는 세상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음으로써, 하느님께서 찬양받으시는 세상입니다. 권력, 재물, 명예가 사람을 위한 봉사라는 본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이것들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것이 그 아름다움을 더욱 더 꽃피우는 세상입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여기에서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지 않소?

‘그분께서는 너를 위해 당신 천사들에게

너를 보호하라고 명령하시리라.’

‘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예수님께서 꿈꾸시는 세상은 …


하느님의 믿음직스러운 동반자인 사람이 제 자리에 있는 세상입니다. 모든 이가 겸손하게 삶의 뿌리요 목적이신 하느님께 나아가는 세상, 그리하여 하느님과 사람이 온전히 하나가 되는 세상입니다. 하느님을 팔아 자신의 이익을 구하는 이가 없는 세상, 자신이 하느님인양 다른 이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오만한 이가 없는 세상입니다.


예수님께서 꿈꾸시는 세상은 …


아직은 너무나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니 현실이 아닌 그저 달콤한 꿈처럼 다가옵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인간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아름답게 나누어지기보다는 지배를 위한 무서운 무기로 작용합니다. 재물, 권력, 그리고 인간적인 명예는 마치 살아있는 신처럼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 모든 사람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합니다. 어느덧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한 오만한 이들이, 하느님의 영광을 핑계 삼아 종교적 집단 이기주의를 부추기고, 하느님의 정의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나라, 힘없는 민족의 피눈물을 짜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꿈꾸시는 세상은 …


그분을 믿고 따르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분홍빛 꿈이 아니라, 소중히 보듬어야 할 아름다운 현실입니다. 지금 비록 어렴풋하게 보인다 해도, 걸어가야 할 길이 아무리 험하다 해도, 우리 작은 손 맞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쉼 없이 내딛을 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가장 값진 선물입니다.


예수님께서 꿈꾸시는 그 세상을 위해, 이제 우리 모두가 작은 그리스도가 되어 나아가야 합니다. 밥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셨던 예수님처럼, 명예와 권력과 재물에 굴복하지 않으셨던 예수님처럼, 하느님과의 참된 관계 안에 머무셨던 예수님처럼, 내가, 당신이, 우리 모두가 거대한 세상 유혹의 거센 물결을 당당하게 거스를 때, 이미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그분이 꿈꾸시던 세상을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