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란 우리를 위해 애쓰시는 주님을 바라보는 것!
예수님께서는 ‘빌라도가 갈릴래아 사람들을 죽여 그들이 바치려던 제물을 피로 물들게 한 일’
과 ‘실로암에 있던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은 열여덟 사람의 일’을 통해 사람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루카 13,5). 그런데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라고 해도, 이 말씀이 저에게는 그렇게 기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슬쩍 옆으로 치워 놓고 싶습니다.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요?
하느님께서는 에덴 동산에서 사람에게 “너는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어도 된
다.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 된다.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창세 2,16-1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에 대해 어떤 신부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에덴 동산에 있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사람이 따먹으면 하느님께서 그를 죽여버리시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이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정말 그런 분이신가요?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그것을 먹고 잘못되지 않도록, 죽지 않도록, 걱정이 되어 그것을 피하도록 미리 말씀해 주시는 것이지요. 살기를 바라시기때문에 말씀해 주시는 것입니다.” 저는 이 말씀을 듣고 아주 많이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제 마음이 이 말씀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지금 회개하지 않으면 멸망시켜버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계시는 것이 아니라, 우
리가 회개하지 않음으로써 맞이할 비참한 운명을 꼭 피하도록 미리 알려주시는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미리 알려주는 데서 그치시는 것이 아니라, 포도밭에 심어놓은 ‘무화과나
무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주인은 포도밭 안에 있는 딱 한 그루의 무화과나무에 특별한 관심을 보입니다. 그런데 삼 년째 열매를 내지 못하니 주인이 그 나무를 베어버리려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포도 재배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루카 13,8).
예수님은 회개하라는 말씀에 이어 왜 이 이야기를 하셨을까요? 우리에게 회개하라고 말씀만
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회개를 위해 애쓰고 계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주님께서는 진심으로 우리가 회개하며 살기를, 당신과 함께 살기를 원하십니다. 회개는 ‘우리의 회개를 위해 애쓰시는 주님을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
글. 최규화 요한 세례자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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