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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2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4-02 조회수 : 280

어느 수도원의 수도자가 수도원장을 찾아가서 말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도저히 살 수가 없습니다. 이곳의 수도자들은 수도자가 아닙니다. 세속에 완전히 물들어 있고, 사랑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욕심을 채우는 데에만 급급합니다. 기도를 하자고 하면 답답한 사람 취급을 합니다. 이들이 바뀌길 주님께 기도했지만 도저히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이런 곳에서 도저히 수도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이제 저는 떠나겠습니다.”

수도원장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자네의 마음을 알겠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겠나? 자네가 이곳을 떠난다고 하니 내가 어떻게 말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한 가지만 해주고 가주겠나? 여기에 있는 유리잔에 물을 가득 담아서 이 수도원을 딱 3바퀴만 돌고 오게. 단, 유리잔의 물을 흘려서는 절대 안 되네.”

이 수도자는 원장의 마지막 부탁이라 생각하고, 유리잔에 물을 가득 담아서 수도원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물이 출렁거려서 넘칠까봐 이 유리잔에 집중하면서 조심히 수도원을 돌았습니다. 그가 다 돌고 오자, 수도원장은 이렇게 묻습니다. 

“유리잔을 들고 수도원을 도는 동안 다른 수도자들에 대해 생각이 났는가?”

바로 이때 이 수도자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다른 수도자들의 모습에 대해 생각이 났던 것은 주님께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다른 수도자들의 모습이 내 수도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 주님께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 원인인 것입니다. 

종종 분심 때문에 도저히 기도하기가 힘들다는 말씀을 듣습니다. 이는 곧 주님께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지요. 그래서 다른 생각들이 내게서 떠나지 않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벳자타라는 못에서 서른여덟 해나 앓는 사람을 만나십니다. 그의 고통을 아신 주님께서는 “건강해지고 싶으냐?”라고 묻습니다. 당연히 “건강해지고 싶습니다.”라고 말해야 할 텐데, 그는 엉뚱한 대답을 합니다.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에 저를 못 속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는 동안에 다른 이가 저보다 먼저 내려갑니다.”

벳자타 못의 물이 출렁일 때 가장 먼저 그 물에 들어가는 사람은 자신의 병을 깨끗이 치유 받을 수 있다는 전설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 사람은 연못에 먼저 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건강해지기 위해 연못에 들어가는 것인데 그는 연못에만 제일 먼저 들어가는 것이 소원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신을 치유해 주실 주님이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정작 필요한 것을 청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마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주님께 온전히 집중해야 필요한 것도 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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