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사순 제5주간 월요일]
다니엘 13,1-9.15-17.19-30.33-62
요한 8,12-20
< 과거 없는 성인(聖人) 없고, 미래 없는 죄인(罪人)없습니다! >
이스라엘 백성들이 성대하게 지내는 축제들 가운데 ‘초막절’이라는 축제가 있습니다.
이 축제는 이집트를 탈출한 백성들이 광야를 횡단하던 오랜 세월을 기억하는 축제입니다.
약속의 땅을 향해 나아가던 백성들의 기나긴 순례 여정, 광야에서의 그 기나긴 밤들을 인도했던 불기둥은 하느님 현존의 상징이었습니다.
초막절 축제 기간 동안 매일 저녁 성전의 ‘여성 구역’ 네 곳에는 엄청난 크기의 등이 설치되었습니다.
밤새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성전지기들은 계속 올리브 기름을 채웠습니다.
백성들 각자의 손에도 등불이 들려져 있었고, 동이 틀 무렵까지 가무(歌舞)가 계속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초막절 기간 내내 예루살렘 성전 경내에는 커다한 황금 촛대들에 불을 켜놓고 있었습니다.
예루살렘 언덕이 온통 환한 빛으로 밝혀진 그 모습이 꽤나 장관이었습니다.
백성들은 어둠 속에서 환히 빛나는 예루살렘 성전을 바라보며, 하느님의 현존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크고 환한 등불, 성전을 환하게 밝히던 황금 촛대들, 백성들 손에 들려있는 등불... 이 모든 것은 어둠 속에 헤매는 백성들을 구원으로 인도하는 하느님을 표현하는 상징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 적용되었던 빛의 상징을 당신 스스로에게 적용시키십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복음 8장 12절)
하느님 현존의 표시가 더 이상 등불이나 촛대 등과 같은 상징이 아니라, 예수님 존재 자체로 드러나신 것입니다.
예수님과 하느님은 일심동체이십니다.
예수님이 곧 하느님이신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을 뵈었다면 아버지 하느님을 뵌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정체와 신원에 대해서 더 이상 돌려서 말씀하신다든지, 은유적으로 말씀하시지 않고 명확하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스스로 당신을 드러내시고 알리신, 일종의 자기 계시를 하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자기 계시를 그저 단순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바로 구원이고 영생인데, 그 간단한 길을 거부했습니다.
그토록 은혜로운 구원의 계시를 배척함으로서 스스로 심판을 자초한 거입니다.
밝은 빛으로 다가갈수록 있는 그대로 우리의 적나라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깊은 상처와 굵은 주름, 부끄러운 과거와 엄청난 과오,
나약함과 유한성이 낱낱이 드러납니다.
그러나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송구함에 가슴을 치게 됩니다.
나 자신의 한계와 부기력을 실감하며 더 겸손되이 주님 현존 안에 머물고자 노력합니다.
깊어가는 사순 시기, 보다 자주 환한 빛이신 예수님께로 다가서야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처지가 얼마나 비참한지 알수 있습니다.
우리의 숱한 죄와 방황, 악습과 부끄러운 과거를 낱낱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가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하느님의 자비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과거 없는 성인(聖人) 없고, 미래 없는 죄인(罪人)없습니다!”
또 다시 용기를 내서 구원의 빛이신 예수님께로 나아가야겠습니다.
주님께로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 갈수록, 그분의 뜨거운 사랑 앞에, 우리가 저지른 모든 죄는 소리도 없이, 순식간에 녹아버릴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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