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성주간 월요일]
이사야 42,1-7
요한 12,1-11
< 우리네 인생이 영원하지 않듯이 재물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
해방자요 구원자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 이제 아버지께서 부여하신 인류 구속 사업을 거의 완수하시고, 마지막 9부 능선을 향해 올라가고 계신 예수님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태도가 극명하게 비교·대조되고 있습니다.
첫번째 인물은 베타니아의 마리아입니다.
더할 나위없는 감사의 정을 바탕으로 한 지극정성의 태도를 보입니다.
내 존재의 근원이요 전부이신 주님, 가장 존귀하신 그분께서 이제 곧 떠나가신다니, 최대의 영광과 영예를 드리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것들 가운데 가장 가치있고 값나가는 첫번째 보물, 순 나르드 향유를 한 리트라 예수님께로 들고 왔습니다.
그 엄청난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듬뿍 부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긴 머리카락으로 그분의 발을 닦아드렸습니다.
마리아는 이미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평소 그분의 가르침에 최대한 귀를 기울였던 덕분에, 조만간 닥쳐올 그분의 미래, 운명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곧 이 세상을 떠나실 것을 명확히 예견하고 있었던 마리아였기에, 미리 앞당겨 성대한 작별 인사를 드렸던 것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성을 기울여 감사의 정을 드린 표현이, 순 나르드 향후 한 리트라였던 것입니다.
어찌보면 그녀는 자신의 삶 전체, 인생 전부, 재산 전체를 예수님께 봉헌한 것입니다.
두번째 인물은 제자단의 총무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던 유다 이스카리옷 사도였습니다.
그는 마리아의 파격적인 모습을 보고 이렇게 투덜거립니다.
“어찌하여 저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가?”
(요한 복음 12장 5절)
언제나 쪼달리던 제자단의 재정 상황 때문에 그런 말을 하였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말로만 제자였지 몸은 이미 제자단을 떠나있었습니다.
수난의 때가 가까워지면서 점점 쇠락의 길을 걷는 예수님의 모습을 확인한 그는 슬슬 제 살길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기적도 치유도 없습니다.
더 이상 후원금도 감사 헌금도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눈치가 백단이었던 유다는 딴 주머니를 찼고, 어떻게 해서든 한푼이라도 더 주머니를 채우고자 안달이 나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베타니아의 마리아, 그리고 유다 이스카리옷 두 인물 사이에서 어느 쪽에 서 있는가요?
주님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떠합니까?
재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또 어떻습니까?
재물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은총입니다.
홀로 독차지하지 말고 어려운 사람들과 나누라고, 그래서 함께 풍요로워지라고, 함께 즐기라고 우리 손에 쥐어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재물을 손에 쥐었다고 환호하지만, 그 재물은 마치도 손에 쥔 물과도 같습니다.
순식간에 우리 손에서 빠져나갑니다.
최근 허망하게 세상을 뜬 한 재벌 총수의 초라한 모습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간 쌓아올린 재물이 거의 하늘 꼭대기까지 닿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가 그토록 많은 유산을 남긴 것에 대해서 칭찬하고 박수치는 사람 단 한명도 못봤습니다.
그가 남긴 천문학적 숫자의 유산을 두고, 상속 분배 과정에서 벌어질 자손들의 다툼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아무런 노력없이 상속받은 막대한 재산을 펑펑 쓰며, 누릴 것 다 누리다가, 젊은 나이에 벌써 인생무상을 체험하고, 그 텅빈 마음을 채울길 없어 손대지 말아야 할 것에 손을 대는 재벌 2세·3세의 모습은 또 어떻습니까?
살아생전 그 많은 재물을 함께 동고동락한 회사 직원들과 가족들,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사원들께 특별 보너스라도 한번 두둑히 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제는 다 부질없는 그 재산을 가난한 이웃들과 좀 나눴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재산 좀 있는 분들, 어떻게 하면 그 재산을 하느님 뜻에 걸맞게, 품위있게 사용할 수 있겠는지 고민을 많이 하셔야 될 것입니다.
재산 증식을 위한 경제 전문가의 컨설팅만 받을 것이 아니라, 보다 가치있고 의미있게 사용될 수 있도록 영적 컨설팅도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이 재물 다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네 인생이 영원하지 않듯이 재물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오직 주님만이 영원하십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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