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4월 18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4-18 조회수 : 327

초등학교 때 야구부에 가입을 했었습니다. 야구를 워낙 좋아했고, 동네에서도 꽤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야구를 시작한 저는 6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모습과 너무나 달랐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무엇이 다른 것일까요? 제게 재능이 없다는 것을 발견한 것일까요? 

야구 배트로 잘 치고, 또 이 공을 잘 받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싶었습니다. 따라서 공을 잘 치고 잘 받는 저야말로 야구에 딱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는 그런 훈련보다는 벤치를 지키면서 응원만 시켰습니다. 선배들의 훈련 모습만 보라고 하고, 운동장과 야구부실 정리 그리고 물만 열심히 떠오게 했습니다. 야구 유니폼이라도 입혀줬으면 품이라도 날 텐데, 감독님께서는 1년도 안 되었는데 무슨 유니폼이냐면서 체육복을 입고서 야구를 하게 했습니다. 결국 흥미를 잃고 야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때 얼마나 감독님이 원망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실력자인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감독님이 형편없는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력을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성이라고 보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긴 야구와 같이 함께 하는 스포츠에서는 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실력 향상도 필요하지만 함께 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만에 빠지지 않고 겸손한 마음을 심어주시려고 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실력을 키워주지 않는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그만 두었습니다. 

아마 운동만이 아닙니다. 이 세상의 삶 역시 혼자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함께 어울려서 살아가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낮추고 이웃을 높이는 사랑의 삶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늘부터 파스카 성삼일이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하시면서 성찬례를 제정해주셨지요. 이 만찬에서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주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세족례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의 발을 씻어 주시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우리는 보통 대접받고 사랑받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대접해주지 않는다고 싸우며, 사랑해주지 않는다며 단죄하고 멀리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또한 나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마음도 가득합니다. 그러나 함께 살기 위해서는 나보다 이웃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삶이 필요합니다. 그 모습이 바로 주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며, 마지막 날에 주님의 품 안에 머무르게 하는 결정적인 행동이 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신 모범을 기억하면서 우리 역시 사랑을 실천하는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 노력은 헛되지 않습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