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년 전쯤에 있었던 아주 부끄러운 기억이 떠오릅니다. 사건의 발단은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나가다가 다른 차와 추돌 사고가 난 것이었습니다. 속도를 낼 수 없는 주차장에서 일어난 일이라 인명 피해가 있었던 일도 아니고, 또 차가 심하게 부서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곧바로 차에서 내려서 상대 운전수를 향해서 “갑자기 들어오면 어떻게 하십니까?”라고 화를 냈지요. 그런데 그분께서는 “아니 그쪽도 전방 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잘못했는데 왜 제 탓만 하시죠?”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순간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남 탓을 하지 말자.’고 묵상 글에도 종종 썼으면서도, 저는 상대방의 안위를 먼저 묻기 전에 상대방 탓만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부끄러워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고,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 잘못했다고 인정을 하고 보험사에 처리를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보험회사 직원도 “상대방의 잘못이 더 큰데 왜 본인이 다 잘못했다고 하십니까?”라고 말했지만 ‘남 탓’을 한 부끄러운 행동 때문에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다고 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떳떳하게 살자.”
떳떳하게 살기 위해서는 남 탓을 외쳐서는 안 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순간의 만족을 위한 삶, 지금을 잠깐 모면하기 위한 삶은 크나큰 부끄러움을 가져다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우선하는 떳떳한 삶은 지금을 힘차게 살 수 있도록 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의 제자들이 고기를 잡으러 갑니다. 베드로, 토마스, 나타나엘, 제베데오의 아들들, 그리고 다른 두 제자. 총 7명입니다. 유다를 뺀 11명 중에서 7명이면, 제자들의 대부분이 좌절에 빠진 상태에서 스스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또 다시 좌절하지요. 예수님을 따르기 전의 직업으로 다시 복귀했지만, 그들은 아무 것도 잡지 못한 것입니다.
이들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십니다. 그리고 그들이 고기를 잡는 것을 도와주시지요. 바로 그때 주님이심을 깨닫게 됩니다. 이때 베드로는 호수로 뛰어듭니다. 얼마나 부끄러웠으면 그랬을까요? 주님을 배신한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이 결코 작지 않았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배신을 했다고 혼내시지 않습니다. 또한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께서 주신 사명을 지키지 않았다며 뭐라고 하시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와서 아침을 먹어라.”라고 하시면서 사랑으로 제자들을 보살펴주십니다.
떳떳한 삶은 사랑을 간직했을 때에 비로소 환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요? 이제 우리 역시 사랑을 간직하고 세상에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떳떳하고 힘차게 이 세상을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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