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3주일
아직 주님의 부활을 깨닫지 못한 베드로 사도는 다시 예전의 생업으로 돌아갑니다.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 주님을 허무하게 떠나보내고 딱히 할 일도 없이 넋 놓고 있자니 마음이 더욱 심란했을 것입니다. 차라리 고기라도 잡으면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겠지요. 다른 제자들도 얼른 따라나섭니다. 오랜만에 해보는 그물질이라서 그런지 밤새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동은 터오는데 허탕만 치고 있으니 은근히 부아가 치밉니다. 그런데 저만치 물가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목소리였습니다. 제자들은 무심결에 그 말을 따라 배 오른쪽으로 그물을 던집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밤새 한 마리도 걸리지 않던 고기가 그물을 끌어 올릴 수가 없을 지경으로 잡혔습니다.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흐릅니다. ‘저분은…’ 베드로 사도의 뇌리에 스치는 생각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다른 제자가 말합니다. “주님이십니다.”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베드로 사도는 겉옷을 낚아채듯 물로 뛰어들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것은 분명 놀랍고도 기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베드로 사도에게는 마냥 즐거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세 번이나 주님을 모른다고 부인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너무나 죄스러워서 마음이 괴로운데 막상 그분이 눈앞에 나타나셨으니 어찌해야 좋을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주님이 차려주신 아침을 먹는 내내 베드로 사도는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에 눈길을 마주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주님이 친히 다가오셔서 똑같은 방법으로 용서와 위로를 건네주십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세 번 반복되는 질문은 마치도 베드로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다정하게 오갑니다. 그리고 당연한 듯 말씀하십니다.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주님이 건네시는 용서와 위로의 말씀은 베드로 사도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십니다. 그리고 오래전 당신을 처음 부르실 때처럼 그렇게 부르십니다. “나를 따라라.” 죄스런 마음에 어둡던 베드로 사도의 얼굴이 이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자신이 주님을 사랑하고 있음을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글 이근덕 헨리코 신부(수원교구 사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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