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을 할 때 저는 원고를 보지 않고 외워서 합니다. 어떤 분들은 이 모습을 보고서 “머리가 좋은가 봐요.”라고도 말씀하시지만,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고 제가 직접 묵상하고 쓴 것이기 때문에 외워서 강론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것입니다. 미사 전에 고해성사를 주는 고해소에서 한두 번 읽고 나면 막힘없이 강론을 할 수가 있습니다.
지난주에 있었던 일입니다. 이 날도 강론 원고를 들고서 미사 1시간 전에 고해소에 들어갔지만, 계속해서 고해소에 성사를 보러 들어오시는 것입니다. 결국 강론 원고를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지요. 제가 쓴 글을 다 기억하고 있다고 확신했으니까요.
미사가 시작되었고 강론을 하다가 문제가 생겼습니다. 꼭 말해야 하는 중요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것입니다. 표시는 나지 않았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고, 강론 후에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
자신 있는 부분,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부분 역시 반드시 점검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실수를 줄일 수 있으며,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종 ‘이만하면 되었어.’라는 안일한 마음을 가질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이런 마음으로는 어느 순간 더 이상 성장할 수가 없게 됩니다.
우리의 신앙도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종종 자신의 신앙생활에 대해서 ‘이 정도면 되었어.’라는 마음을 품는 것 같습니다. ‘바쁜 요즘 시대에 그래도 주일미사 빠지지 않고 나가는 것이 어디야.’, ‘레지오 하면서 봉사활동을 꽤 하잖아. 이 정도면 되었어.’ 등의 마음을 품습니다. 그러나 더 가까이 주님 앞에 나아갈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뒤에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종이 주인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하고 있으며, 파견된 사람이 파견한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아무데나 가버린다면 어떨까요? 당연히 주인과 파견한 사람으로부터 큰 꾸중을 듣게 될 것이며 함께 할 수 없다면 내쳐지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주인이나 파견한 사람에게 충실한 사람은 큰 칭찬과 더불어 언제나 함께하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것이지요.
‘이 정도면 되었다.’라면서 신앙생활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할 때 주님께 행복한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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