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5주일
숨쉬기조차 힘이 들어도 견뎌내는 사랑이 있습니다. 기꺼이 죽을지언정 배신하지 않는 사랑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고통을 지켜봐야 하는 사랑이 있습니다. 너무도 사랑하기에 헤어져야 하는 사랑이 있습니다. 숨죽여 몰래 하는 사랑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기에 행복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비단 남녀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사랑은 자신의 마음을 열어 상대에게 향하는 신비한 힘이 있습니다. 그 사랑은 탁월한 공감력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고 헤아리며 배려하게 합니다. 그리고 기뻐합니다. 가족에게서, 연인에게서, 친구에게서, 동료에게서, 사랑은 삶에 활력을 주는 신비입니다.
사랑은 누군가를 내 마음에 담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살며시 들어왔다가 어느새 한가운데 자리하고 앉아서 온통 생각을 가득 채워 버립니다.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고, 지우고 싶지도 않은 행복한 생각들입니다. ‘무엇을 해줄까?’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일하다가도, 잠자다가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입니다.
사랑은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입니다. 낯빛, 표정, 말투, 손짓, 걸음걸이,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 없습니다. 어디가 아픈지, 무슨 일이 있는지, 뭐가 필요한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세심하게 살핍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필요한 도움이 되어준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사랑은 짝사랑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외롭고, 쓸쓸하고, 허전하고, 아픕니다. 사랑하기에 견딜 수 있지만, 받아주지 않거나 몰라줄 때는 섭섭합니다. 그래도 사랑은 기다리고 희망합니다. 비록 알아주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잘될 수만 있다면, 행복하기만 하다면 말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보다 좋을 수는 없습니다. 내가 너를 사랑하고, 너도 나를 사랑하고, 둘이 서로 사랑하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습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밤새 서로 양식을 갖다 놓으며 ‘나 원 참!’ 환하게 미소 짓는 형제처럼 서로 사랑하는 일은 너무나 좋은 일입니다.
‘좋기도 좋을시고, 아기자기 한지고, 형제들이 오손도손 한데 모여 사는 것!’ 형제들이 한데 모여 가진 것을 나누고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 바로 주님 제자들의 모습입니다. 시기도, 질투도, 성냄도, 다툼도, 미움도, 원망도, 서로 사랑하는 이들 안에는 자리하지 못합니다. 도무지 그래야 할 까닭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용서했는데 뭐가 걱정입니까? 사랑하기도 바쁜데 다툴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얼른 가서 이웃집 잔치를 도와야 합니다.
글 이근덕 헨리코 신부(수원교구 사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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