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 세상만사를 호의적이고 낙관적인 시선으로 >
오늘 우리 사회를 어둠의 나락으로 몰아가는 몇몇 특정 단체나 사람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바입니다.
어쩌면 그다지도 세상사를 바라보는 눈이 삐딱한 사람들이 다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꼬일 데로 꼬였습니다.
매사가 부정적이고 비관적입니다.
입만 열만 터져 나오는 것이 세상과 이웃들을 향한 불평불만입니다.
그러다보니 존재 자체로 ‘자동 상처 발생기계’입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그 누구도 이 땅위에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이상 완벽한 사람이란 없습니다.
인간이란 근원적으로 측은한 존재이며 결핍투성이의 존재이지요.
그래서 한평생 그 깊은 결핍을 보완해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인간 존재임이 확실합니다.
우리가 동시대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근원적인 결핍을 힘을 합쳐 채워나가라고 하느님께서 인연을 맺어주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세상만사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한 인간이 한없이 구차스러워 질수도 있지만 때로 한없이 위대하고 고상하고 아름다워 질수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네 인생이란 것 명화의 한 장면처럼 마냥 아름답고 호의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때로 지독히도 구차스럽고 때로 퀴퀴한 냄새가 진동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우리의 노력이 한 걸음 크게 뒤로 물러나서 우리 인생을 바라보려는 노력입니다.
특정한 한 부분만 크게 부각시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전체를 뭉뚱그려 크게 바라볼 일입니다.
그렇게 크게 바라볼 때 희한하게도 우리네 인생이 살아볼만한 인생이며 참으로 조화롭고 아름다운 인생이란 것을 느끼게 됩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상봉장면만 놓고 봐도 즉시 알 수 있습니다.
이 두분의 만남을 그저 꼬인 시각으로, 세상적이고 인간적인 눈으로만 바라보면 참으로 기가 막힌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짜증나고 괴로운 상봉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영적인 시선, 신앙의 빛에 의지해서 바라보면 두 분의 만남 안에는 하느님의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호의적인 시각, 큰 틀에서 바라보면 두 분의 상봉 안에는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 아버지의 극진한 사랑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눈으로 두 분의 상봉을 바라보니 정말이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사건이 분명했습니다.
마리아는 아기를 잉태했는데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미혼모였습니다.
약혼자 요셉의 불편한 심기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그 어디다 드러내놓고 하소연할 수도 없었습니다.
참으로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습니다.
엘리사벳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도 참으로 무심하셨습니다.
그토록 갈구했지만 아들 하나 점지해주지 않으셨습니다.
유다 문화 안에서 자식을 낳지 못한다는 것처럼 불행하고 괴로운 일은 없었습니다.
옆집으로부터 아기 울음소리만 들려오면 그저 숨죽이며 죄인처럼 평생을 살아온 엘리사벳이었습니다.
그런데 좋은 시절 다 가고 친구들은 손주 볼 때 쯤에야 아들을 주셨군요.
그러나 두 분은 인간적인 시선을 거두었습니다.
자신들에게 벌어진 특별한 사건 안에 깃든 하느님의 뜻만을 찾기로 했습니다.
호의적이고 낙관적인 시선, 영적이고 신앙적인 눈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하느님께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큰 선물을 그들에게 안겨주셨습니다.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여인인 엘리사벳은 새로운 교회의 모태가 될 마리아의 삶에 깊이 참여하게 됩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어찌 보면 비극적이고 어찌 보면 희극적인 상봉 사건을 자세하게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엘리사벳의 마리아 환대 인사말은 2000여년 우리 가톨릭교회의 역사를 건너와 아름다운 ‘성모송’으로 계속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마리아의 화답송은 ‘성모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 모든 사제 수도자들의 저녁기도 때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울음을 춤으로 바꾸시는 분,
비탄의 기도를 찬미의 노래로 바꾸시는 분, 희대의 비극적인 만남을 역사에 길이 남을 아름다운 장면으로 바꾸시는 능력의 하느님이심이라는 사실을 마리아와 엘리사벳은 우리에게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