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승천 대축일
부활하신 주님께서 모든 일을 마치시고 하늘로 오르시어 다시 아버지께로 가십니다. 남아 있는 제자들을 보면 아직 미덥지 않아 당부할 것이 많지만, 그래도 믿고 맡기며 떠나실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제자들은 스스로 헤쳐나가야 합니다. 물론 머지않아 협조자 성령께서 내려오시어 이들을 인도하시겠지만, 그래도 주님은 불안한 마음에 자꾸 미련이 남아 당부하고 또 당부하십니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그리고 보라,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을 내가 너희에게 보내 주겠다.”
마치도 아이들만 남겨 두고 멀리 떠나야 하는 엄마가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눈을 맞추며 아버지 말씀 잘 들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는 모습처럼,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아버지 하느님께서 사랑하고 계시니 걱정하지 말고 그분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고 당부하십니다.
하지만 엄마의 손길에 익숙한 아이는 멀리 떠나는 엄마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그냥 같이 있으면 좋은데 왜 떠나야만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나중에 더 크면 알게되겠지만 아직은 아니니 지금은 마냥 이별이 슬프기만 합니다.
이제 주님은 떠나고 안 계십니다.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이 없습니다. 제자들만 덩그러니 남아 있습니다. 먼 하늘만 바라보다 주위를 둘러보니 꿈인 듯 현실인 듯 어색한 침묵 사이로 잔기침 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이미 머릿속 생각은 하얗게 지워진 채 무엇을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좋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을 보내 주겠다고 하셨으니 그 말을 믿어야 하겠지만, 도대체 그분이 누군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주님의 부활과 승천을 체험한 제자들은 성전에 모여 기도합니다. 주님과 함께했던 지난 시간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그리고 그분의 수난과 죽음이 왜 필요했었는지를 부활과 승천을 통해 명확하게 깨닫게 되자, 이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말씀과 표징들이 하나씩 하나씩 맞추어져 갑니다. 그리고 이제는 오시기로 되어 있는 성령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청하면 아버지께서 무엇이든지 주실 것이라고 하셨으니 한마음으로 청할 일만 남았습니다. “오소서, 성령이여!”
글 이근덕 헨리코 신부(수원교구 사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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