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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8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6-08 조회수 : 317

어제 인천의 어느 대학교에 가서 강의를 했습니다. 교양과목인데 ‘가톨릭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강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갔던 것입니다. 일상 삶 안에서 체험할 수 있는 가톨릭 신앙, 그리고 이를 통해 삶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를 준비했습니다. 사실 오랜만에 20대 초중반의 젊은 대학생들을 만난다는 것에 기대와 설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기대는 강의 시작과 동시에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학생들은 제 말과 행동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것입니다. 그후 흥미를 끌만한 영상을 보여줘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줘도, 또 공감할 수 있는 질문으로 강의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강의 중인데도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 노트북을 켜서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 그냥 엎드려서 자는 사람, 심지어 앞에 강의를 하고 있는데도 대놓고 화장을 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저와 눈을 마주치며 강의를 듣는 학생은 딱 3명뿐 나머지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물론 1차적으로 제 강의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강의 중에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학생들이 걱정되었습니다. 지금이 학기말이라 바쁘고, 전공과목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겠지만 이런 모습이 일상의 모습이라면 분명히 삶을 충실하게 살아갈 수가 없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자신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찾아온 사람을 대 놓고 무시하는 그 모습들이 일상 삶 안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면 바른 인간관계도 형성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강의 시간이면 강의 듣는 것에 충실해야 하고, 미사 시간이면 미사에 충실한 것이 중요합니다. 운동을 하고 있다면 운동에 충실해야 합니다. 공부를 할 때이면 공부에 충실해야 하고, 놀 때에는 노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마지막으로 사도 베드로에게 당신을 따르라는 당부 말씀을 남기십니다. 그런데 예수님께 사랑을 고백하고 죽기까지 따르겠다고 고백했던 베드로는 뒤따라오던 예수님의 사랑받는 제자가 어떻게 될 것이냐고 여쭈어 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를 돌아보시며 다른 제자가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살아있을 것인지, 없을 것인지 그런 문제에 관심 가지지 말고 자기 자신이 얼마나 예수님을 잘 따를 것인지 고민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그 누구도 내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고 있다면 굳이 이러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예수님께 온전히 집중해야 할 때, 다른 생각을 가졌던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께 온전히 집중해야 할 때를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내 자신이 하고 있는 모습은 주님께 집중하고 있는 것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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