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서울 종로에 위치하고 있는 영풍문고에서 북토크 및 사인회를 했습니다. 사실 북콘서트는 종종 했었지만, 사인회는 난생 처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유명 대형 서점에서 말이지요. 솔직히 기대를 별로 안 했습니다. 이 사인회를 준비해 준 출판사에서도 제게 이런 문자를 보내셨더군요.
‘오늘 독자들과 아주 소규모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혹시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 문자 메시지를 받고서 10명도 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었지요. 제가 그렇게 유명한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가톨릭 사제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함께 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썰렁한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되면서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 생겼습니다. 많은 분들이 자리를 채워주셨고 북토크와 사인회의 분위기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자신의 생각대로 모든 것이 움직이지 않는 세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실망할 필요도 없고 미리 큰 기대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내 뜻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재미없겠습니까? 오히려 뜻밖의 일들로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우리의 역할은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살아갈 것이 아니라, 지금 이 현재에 충실하면서 진실하게 살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아예 맹세하지 마라. ‘예’ 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할 것은 ‘아니오’라고만 하여라.”고 하십니다. 이는 당시의 권력층에 대한 꾸짖음입니다. 그들은 이 맹세를 남용을 했습니다. 문제는 진실한 마음에서 나오는 맹세가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고 지금의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개인의 이기심을 드러내는 맹세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라고 대답해야 할 때에도 ‘아니오’라며 맹세를 했고, 반대로 ‘아니오’라고 대답해야 할 때에도 맹세를 하면서 ‘예’라고도 말했습니다. 현재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 하느님의 이름을 두고서 맹세하면서 말입니다. 악에서 나온 말이 됩니다.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된 말과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내 뜻대로 무조건 따를 수 있도록 헛된 맹세를 해서도 안 됩니다. 그보다는 주님께서 늘 진실하게 우리에게 다가오시듯이, 우리 역시 지금 이 순간 진실한 모습을 간직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때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힘들어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할 것은 ‘아니오’라고 말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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