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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18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6-18 조회수 : 354

6월 18일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독서 : 코린토 2서 8장1-9절 
 
“환난의 큰 시련 속에서도 그들은 기쁨이 충만하여, 극심한 가난을 겪으면서도 아주 후한 인심을 베풀었습니다.” 
 
< 다 내어주고 가신 분 >
 
몇 년 전 한 출소자 형제가 교정사목 담당 신부님께 보낸 편지를 읽고 큰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신부님, 신부님의 보살핌 덕으로 세상 속으로 돌아왔습니다. 
신부님, 제가 그곳에 머물렀던 2년여 동안 하루 700원씩 일당을 받고 출역을 했는데, 출소 후 받아보니 281,000원이네요. 
적은 돈이지만 저의 2년이란 시간이 남긴 것의 물질적인 전부입니다.  
 
물론 영적으로 변화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으나 
저의 2년이 담긴 것이오니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형제의 갸륵한 마음이 오래도록 제 마음 안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 형제의 정성어린 봉헌 앞에 저는 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돌아보니 늘 받고만 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받는 데 슬슬 익숙해져갔습니다. 
늘 받는데 익숙해지다 보니 주는 것에 서툴기 짝이 없었습니다. 
 
오늘 첫 번째 독서인 코린토 2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자발적이고도 기쁘게 나눔을 실천했던 초대교회 신자들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환난의 큰 시련 속에서도 그들은 기쁨이 충만하여, 극심한 가난을 겪으면서도 아주 후한 인심을 베풀었습니다.” 
 
한번은 유다지방에 큰 흉년이 들었는데, 흉년이 얼마나 극심하던지 일반 가정집은 물론이고 관청의 곳간까지도 텅텅 비고 말았습니다. 
다들 당장 내일 먹을 끼니조차 걱정해야 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 공동체 사정도 예외는 아니어서 생활이 말이 아니었는데, 이를 보다 못한 바오로 사도가 발 벗고 나섰습니다. 
다른 지방의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원조를 요청했습니다. 
대대적인 모금운동이 벌어졌습니다. 
 
타 공동체 신자들은 자신들도 어려웠지만 관대하게, 기쁜 마음으로 가진 바를 나누었습니다. 
요즘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과 개입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미인가 시설들은 인가 시설 혹은 적어도 신고 시설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래야만 인건비나 생계비 지원의 확보로 시설 운영에 차질이 없게 됩니다. 
 
그런데 한 미인가 시설은 끝까지 미인가로 남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시설을 안정되게 운영하기 위해서 인가는 필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인가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인가를 받게 되면 다양한 측면에서의 제약이 생기게 됩니다. 
때로 꼭 필요한 분인데도 불구하고 수용하지 못할 경우도 발생합니다. 
따라서 지역, 신분, 나이, 병명 등 그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수용이 필요한 분들에게 편안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미인가를 고집하고 계신답니다. 
 
놀라운 일 한 가지는 국가를 믿기보다 하느님의 섭리를 믿는 그 시설에 다양한 형태로 풍요로운 하느님의 손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얼굴을 지닌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많은 것들을 나누어주고 가신 분입니다. 
당신의 시간, 당신의 젊음, 당신의 모든 에너지, 당신의 사랑, 당신의 기쁨, 위로, 희망 모든 것을 나눠주고 가셨습니다.  
 
줄 것 안 줄 것 다 나누어 주다보니 결국 남게 된 것은 당신의 몸뚱아리 하나 뿐. 결국 마지막 하나 남은 목숨조차도 내어주고 떠나셨습니다. 
 
예수님의 삶을 묵상하면서 사랑이란 내어놓는 것, 사랑이란 바치는 것, 사랑이란 봉헌하는 것, 사랑이란 헌신하는 것, 사랑이란 모든 것 내어주어 가난하게 되는 것이란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그대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거든 하느님께서 도와주실 것이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마치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대가 나서서 도와주십시오.” 
 
“떠돌며 머물며 일생을 가난하게 살다간 이방인,
사람을 사랑하는 길 밖에 모르던 사람, 사랑하는 길을 보여주려고 목숨까지 내놓은 예수, 
 
가진 것이라곤 사람에게 베푼 것뿐인 당신에게
세상은 지금 비단옷을 입히고 우상화하는구나.
너도나도 앞 다투어 우상화하는구나.”
-김형영, ‘세상은 지금’-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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