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한 연구진이 약 1,000명의 사람에게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이 설문조사는 ‘감사하는 마음’과 ‘건강’의 관계를 밝히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자주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일수록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활동에 참여할 확률 또한 높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감사를 구체적인 행위로 표현하는 것이 실제 통증 감소와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나왔습니다.
주어진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지와 연관된 호르몬이 ‘세로토닌’인데, 세로토닌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될 대로 되라. 어떻게든 지나가겠지.’라는 체념의 태도를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할 때마다 이 세로토닌의 수치가 현저하게 올라가는 것입니다.
얼마 전, 평소에 존경했던 신부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 일인가 싶었지요. 그런데 전화를 받자마자 신부님께서는 “조신부, 고마워.”라고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지난달에 책을 출판하고서 교구의 원로 사목자 신부님들께 책을 한 권씩 보내드렸는데, 책을 잘 받았다고 고맙다는 전화를 하신 것이었지요.
신부님을 떠올려보니 앞선 연구가 특히 공감이 갑니다. 신부님께서는 늘 “고맙습니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모습은 은퇴 후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건강한 모습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세로토닌의 수치를 항상 높여주고 있는 것이겠지요.
“신자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살아야 해.”라는 신부님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신자들이 있기 때문에 신부 생활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섬기며 살라는 말씀이었지요. 그런데 이 말씀을 지키며 살기란 그렇게 쉽지 않더군요. 내 자신을 드러내는데 더 집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즉,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을 바라보면서 늘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감사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겸손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감사의 마음을 갖지 못합니다.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가질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고 함께 하는 사람은 저절로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겸손의 삶이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께 나아가는 삶이 됩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 하느님 앞에 하찮은 재주와 능력을 가지고서 교만을 떠는 부끄러운 모습에서 벗어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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