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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3일 _ [복음단상] 이근덕 헨리코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6-23 조회수 : 391

성체 성혈 대축일


  예수님께서는 군중에게 하나하나 비유를 들어가며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시고, 아픈 이들의 질병을 일일이 고쳐 주십니다. 밀려든 군중은 날이 저물도록 예수님 곁을 떠날 줄 모릅니다. 아직 주님의 손길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이 많은 군중을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고 부산합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군중들을 돌려보내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이곳은 황량하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병자들을 돌보기에 여념이 없으십니다. 결국, 열두 제자가 예수님께 다가가 사태의 심각성을 알립니다. “군중을 돌려보내시어, 주변 마을이나 촌락으로 가서 잠자리와 음식을 구하게 하십시오. 우리가 있는 이곳은 황량한 곳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뜻밖의 대답을 하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아무리 예수님이라고는 하시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직접 먹을 것을 주라고 하시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설령 마을에 가서 양식을 사 온다 하더라도 그만한 돈이 있지도 않을뿐더러, 지금 가진 양식도 고작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전부라서 우리끼리 먹기도 부족한 형편인데 말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지금 남아 있는 군중은 장정만도 오천 명가량이나 되니 도무지 말이 되질 않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예수님께서는 이상한 말씀만 하십니다. “대충 쉰 명씩 떼를 지어 자리를 잡게 하여라.” 일단 말씀대로 무리를 나누어 자리 잡게는 하였지만,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습니다. 곧이어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져오게 하시고는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감사와 축복의 기도를 드리십니다. 제자들과 군중들은 영문을 모른 채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도대체 그것으로 무엇을 어찌하시겠다는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입니까? 분명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전부였는데, 광주리에 담긴 빵도 물고기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많은 군중이 배불리 먹고도 남았습니다. 남은 것을 거두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습니다. 이것은 기적입니다. 기적이 아니고서는 이럴 수는 없는 법입니다. 도대체 예수님은 왜 이런 기적을 일으키신 것일까요? 제자들은 아직 그 이유를 깨닫지 못합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성체와 성혈의 신비를 깨닫게 하기 위한 예표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글 이근덕 헨리코 신부(수원교구 사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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