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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30일 _ [복음단상] 이근덕 헨리코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6-30 조회수 : 287

연중 제13주일

 

주님을 따르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자신이 따르고자 하는 주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분을 따르는 길이 어떤 길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만의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게다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걱정거리가 남아 있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 장사도 지내야 하고, 자신을 걱정하는 가족에게 작별 인사도 해야 합니다. 세상 걱정에 매여서 풀지 못한 숙제들이 많아, 막상 주님을 따르려 하니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무엇인가 자신에게 이득이 될 만한 것을 얻을 요량으로 주님을 따라나섰다가는 허탕을 치기 쉽습니다. 주님을 따르는 길은 세상의 것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길에는 안정된 자리도, 미래에 대한 보장도, 명예로운 찬사도, 화려한 갈채도 없습니다. 오직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열정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만일 아무런 열정도 없이 세상이 가져다주는 보상을 바란다면 이내 실망하며 떠나갈 것이 분명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아직 겨자씨처럼 작고, 밭에 묻힌 보물처럼 보이지 않아서 당장 얻어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찾고 구하면 반드시 얻게 되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그런데도 주님을 따라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겠다고 다짐해 놓고서는 자꾸 뒤돌아보며 작은 보상이라도 바라게 되는 것은, 아마도 주님께 대한 믿음보다는 인간적인 기대가 더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주님이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가 어떤 세상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오로지 주님의 영광만을 함께 누리려는 약은 생각에 빠져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주님을 따른다고 해도 가끔 지칠 때가 있습니다. 아직 하느님 나라가 보이지 않기에 답답하기만 합니다. 육신은 세상 속에 살고 있으니 맺고 풀어야 할 수많은 일과 관계들이 있습니다. 무엇을 끊고 버려야 하며,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일순간 방향을 잃고 헤매다 맥없이 주저앉아 뒤를 돌아봅니다. 영락없이 주님을 잃고 방황하며 이리저리 흐트러진 발자국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습니다.


저만치 앞서가시던 주님께서 다시 내게로 다가오십니다. 왜 그렇게 믿음이 없느냐고 나무라시지만, 이내 다정히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십니다. 걱정하지 말고 나만 따라오면 된다면서 등을 토닥여 주십니다. 주님의 자애로운 손길과 음성을 들으니 다시 용기가 납니다.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는 이내 주님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글 이근덕 헨리코 신부(교구 사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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