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4주일
예수님께서는 일흔두 제자를 세상 속으로 파견하십니다. 파견하시면서 마치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과 같다고 당신의 심정을 밝히십니다. 그런데 이런 긴장감이 감도는 세상으로 제자를 보내면서 예수님께서는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그저 사람들에게 ‘평화를 빌어주며,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전하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에게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신 것은, 부족한 것이 많을수록 세상의 것에 의존하기보다 주님께 더욱 의지하고 매달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주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면 믿음 이외의 다른 것으로 복음을 전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복음 선포자의 기쁜 소식은 자신이 아닌 주님에게서 비롯되기에 믿음을 잃어버리면 더 이상 주님 뜻을 펼칠 수 없습니다. 주님을 믿지 못할 때, 거기에는 주님이 계신 것이 아니라,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이 자리 잡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경계하신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삶, 그것이 바로 ‘이리로 상징되는 세상’입니다. ‘양과 이리’를 ‘주님과 세상’으로 비교하고 있습니다. 양이 사랑과 가난과 겸손을 상징한다면, 이리는 이기심과 소유욕과 교만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고 주님의 평화를 선포해야 합니다. 주님의 평화는 주님이 함께 계신다는 확신을 갖고 삶에 닥치는 두려움과 불안을 떨쳐 버리는 것에서 나옵니다. 그렇기에 복음 선포는 추상적이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일상이 되어야 합니다.
복음에 따르면, 복음 선포는 평화를 기도해주는 말씀으로 시작해, 함께 머무는 것, 함께 먹는 것, 함께 돌보아주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선포하는 말씀으로 끝납니다.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말씀은 바로 삶의 방향을 바꾸고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삶의 기쁨과 행복을 주시는 분은 우리 곁에 늘 함께 계시는 ‘주님’이십니다. 오직 주님만이 평화와 영적인 복을 베푸시고 열매를 맺게 해주실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믿는 것이 믿음이고, 이것이 참된 복음 선포일 것입니다.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지하고 가장 중요한 자리에 하느님을 두고 세상의 것들을 내려놓을 때, 하느님께서는 더 큰 선물, 즉 ‘복음’을 우리에게 주실 것입니다. 그때 우리 안에서 나오는 복음은 다른 이를 살리는 진정한 복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세상에 기쁜 소식을 제대로 전하는 주님의 참 제자가 될 수 있습니다.
글 이승환 루카 신부(수원교구 능평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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