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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14일 _ [복음단상] 이승환 루카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7-14 조회수 : 450

연중 제 15 주일


오늘 복음은 너무나 잘 알려진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입니다. 이 비유에 등장하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은 우리가 적개심을 품고 바라볼 수 있는 이웃에 대한 온갖 편견과 그릇된 상상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어렵겠지만 우리가 고정된 사고방식을 벗어 버리면 내가 증오하던 이웃이 오히려 나에게 사랑을 베풀고 생명을 주는 은인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는 율법 교사의 질문인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에 대한 답변으로 시작합니다. 이 비유에는 세 사람이 등장하는데 먼저 사제와 레위인입니다. 사제와 레위인은 죽어 가는 사람을 보고도 피해서 지나가 버립니다. 아마도 그들은 죽은 듯 보이는 사마리아 사람을 보면서, 시체에 접촉하는 것은 부정하다는 규정(이스라엘 법 전승인 미쉬나 규정)을 떠올렸는지 모릅니다. 율법을 준수하는 사제와 레위인은 부정을 피해 정결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오히려 한계에 부딪히고 결국 하느님의 길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반면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행동은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모든 편견을 무너지게 합니다. 사랑은 모든 경계와 한계를 넘어섭니다. 증오하던 적이 참된 이웃이 되어 준 것입니다. 우리가 늘 믿어 왔던 사고의 경계선이 허물어진 것입니다. 


율법교사는 누구를 어디까지 사랑해야 하느냐는 사랑의 경계와 한계에 집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사랑이야말로 행동과 실천을 비추어 주는 핵심 요소임을, 사랑은 경계와 한계를 모른다는 것을 증명해 하셨습니다.


교회의 큰 어른으로,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으셨던 김수환 추기경님은 생전에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사랑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데 70년이...그것이 그토록 어려웠다.”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겸손한 말씀이지만, 아는 것을 몸으로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머리에서 가슴까지는 먼 거리가 아니지만, 누구에게는 평생이 걸려도 못 가는 먼 거리일 수 있습니다. 


믿음은 단순히 머리로 아는 정도가 아니라 삶이 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오늘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겨봅니다. 내가 먼저 하느님을 사랑하고 있는지? 내가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참된 이웃이 되어주고 있는지? 지금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우리에게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글 이승환 루카 신부(수원교구 능평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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