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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27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7-27 조회수 : 312

요즘이야 동네의 놀이터에서도 아이들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었지만,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조금의 공터만 있어도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아이들이 가지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동네의 공터에 모여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어느 해 겨울이었습니다. 저와 친구들은 햇살이 비추는 양지바른 곳의 담벼락에 기대어서 어떤 놀이를 할지 이야기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너무 추운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담벼락이 너무나도 따뜻한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들은 한참동안 담벼락에 기대서 햇볕을 쬐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벽에 기대어 서 있는 모습을 생산적이라고 말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주 쓸모없는 시간을 보낸 것일까요? 아닙니다. 비록 세상의 눈으로 볼 때는 생산적인 일이라고 말할 수 없겠지만, 지금도 그 날을 떠올리면 따뜻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순간이 소중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무조건 생산적인 일을 해야 순간을 잘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의 관점을 가지고 생산적인 일을 하지만 오히려 더 큰 아픔과 상처를 얻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에 반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게 되면, 따뜻한 사랑을 떠 올리게 합니다. 이것이야 말로 가장 순간을 잘 보내는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주님께서는 세상의 생산적인 일을 ‘지금’ 해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가장 생산적인 일인 사랑을 ‘지금’ 해야 할 것임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직접 십자가의 모범을 보여주시면서 우리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전해주십니다. 

주님의 사랑은 오늘 복음인 가라지의 비유 말씀에서 강조되어 나타납니다. 원수에 의해서 좋은 밀과 함께 쓸모없는 가라지가 함께 자라게 되지요. 종들은 집주인에게 이 몹쓸 가라지를 “거두어 낼까요?”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집주인은 좋은 밀까지 함께 뽑힐지도 모른다면서 수확 때까지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라고 합니다. 바로 주님의 사랑이 이렇다는 것입니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런데 만약 죄는 나쁜 것이라면서 곧바로 심판하시고 벌을 내리신다면 어떨까요? 아마 이 세상에서 남아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사랑 가득하신 분이기 때문에, 당장 뽑지 않고 추수 때까지 기다리는 집주인처럼 끝까지 우리를 기다려주십니다. 

이렇게 우리들을 사랑하시는 주님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주님을 닮아 더욱 더 사랑을 실천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을 가장 잘 사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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