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7주일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우리는 간절히 기도하며 청했던 일이 허망하게 끝나 버리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매우 건강하던 사람이 아프고, 시험에 합격해야 할 사람이 탈락하고, 최선을 다해 추진하던 계획들이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죽는 경우를 체험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원망하거나 때로는 신앙을 버리는 일도 있습니다.
기도의 의미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도’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야 합니다. 마치 자동판매기에서 물건을 사듯이, 특정한 기도를 정해진 양과 순서로 바치면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게 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기도’란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매우 ‘인간적’이며 지속적인 관계를 말합니다. 예수님은 ‘주님의 기도’를 통해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이 진정한 기도를 드릴 수 있도록 가르치십니다.
1) ‘주님의 기도’는 전형적인 청원기도로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가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임을 전제합니다. 우리는 청원기도를 통해 하느님 없이 존재할 수 없음을 고백하며 하느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냅니다.
2) ‘주님의 기도’는 우리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을 먼저 바라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먼저 하느님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자신의 뜻을 거기에 맞추는 것이 기도의 근본정신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우리에게 해로운 ‘뱀’이나 ‘전갈’을 주시는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령’을 주심으로써, 우리가 어떠한 실패와 시련 그리고 고통 속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며 하느님 아버지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십니다.
신자가 화초라면, 기도는 물이나 공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화초라도 물과 공기가 없으면 시드는 것처럼, 기도하지 않는 신자생활이란 불가능합니다. 기도는 모든 신자 생활의 중심입니다. 기도하기를 그치는 것은, 하느님과 관계를 끊는 것이고, 신자 생활을 원치 않는 증거이며, 은총을 거부하고 하느님의 영광스러운 자녀임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를 앵무새처럼 다 외운다고, 수백 번 기도한다고 하여 주님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기도의 내용대로 실천하며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글 이승환 루카 신부(수원교구 능평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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