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이야기를 들으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진리’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이렇게 질문하는 것을 보면 ‘거짓’이 아닌 다른 무엇이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라틴어에서 진리(Veritas)의 반대말은 거짓(Falsum)이 아니라 망각(Oblivio)라고 합니다. 아마 진리란 계속 기억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따라서 기억하지 못하는 망각 속에 사는 것은 진리의 반대편에 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진리의 반대편에 서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즉,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역사 안에서도 종종 보게 됩니다. 자신이 잘못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기억나지 않습니다.”라는 말로 진리를 외면하는 사람들을 매스컴을 통해서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이런 사람들만 진리 안에 살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각자도 알아도 모르는 척 그리고 몰랐다는 말로 진리를 외면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진리 그 자체이신 주님께서는 당신의 삶 전체를 통해서 참 진리이신 사랑을 전해주셨습니다. 단순히 내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는 물질적인 것들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하는 사랑 이로써 주님을 참으로 사랑하는 삶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내 욕심과 이기심을 취하는데 온 힘을 다합니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높은 곳에 오르는 것, 그리고 나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주님께서 주신 계명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진리가 아닌 망각을 선택하는 모습입니다.
주님께서는 유산 분배의 중재인 역할을 해달라는 사람을 향해서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 말씀을 전해주십니다. 그 부자는 이 땅에서 거둔 많은 소출을 거두어서 모아 두기 위해 곳간들을 더 크게 짓지요. 그리고는 이제 넉넉하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기겠다고 다짐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날 밤에 하느님께서 이를 데리고 가면 마련해 둔 모든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냐는 것입니다.
이 부자는 장차 올 세상에 필요한 유일한 준비물인 사랑을 외면했습니다. 그저 자신의 물질적인 욕심을 채우면 다 인 것처럼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아는 이들은 준비 없이 최후를 맞이해서는 안 됩니다. 재물이 아니라 덕행을 사랑하며, 생명과 구원을 비롯하여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 하느님이심을 굳게 믿는 사람만이 진실로 부유한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시고 직접 보여주셨던 사랑을 기억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욕심을 통해 망각의 길로 가는 것을 막아주고, 참 진리의 삶을 향해서 나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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