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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7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8-07 조회수 : 347

작년 우리나라 전국 성지순례를 다녔을 때가 떠올려집니다. 전국 성지순례 책자를 하나 들고서 책에 나와 있는 지도를 잘못 봐서 엉뚱한 곳으로 갈 때가 있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나오지도 않는 성지도 있기 때문에 책자에 나와 있는 지도와 설명에 의지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짜증을 내면서 이 책자 탓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이 책자 때문에 시간과 힘을 낭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경상도의 어떤 성지를 찾아 가는데 그날이 가장 더운 날이었습니다. 한참을 걷다보니 정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더운 날 이게 무슨 고생이야?’하면서 방향을 바꾸려고 하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장소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보이는 것입니다. 옛날부터 꼭 가고 싶었지만 기회가 되지 않아서 가지 못했던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은 이곳에서 관광을 하면서 전부터 가졌던 바람을 하나 채울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잘못된 길도 생각지도 못한 좋은 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잘못된 길은 나쁜 길이라고 고정을 시키려고만 합니다. 사실 우리의 삶 안에서는 잘못해서 간 길이 오히려 좋았을 때가 더 많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렇게 좋을 것입니다. 

원하는 대학이 있었지만 다른 대학에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원하지 않는 대학에 들어간 것을 ‘미래가 없다’라고 할 수 없습니다.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자신의 인생이 끝장난 것이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이 안에도 분명히 밝은 미래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좋은 길이었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주위에서 참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자리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이 진정한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가나안 부인을 보십시오. 그녀는 유대인들이 멀리하는 이방인입니다. 유대인들은 가나안 사람을 구원의 반대편에 있다고, 그래서 잘못된 길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여인은 큰 소리로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라고 외칩니다. 잘못된 길 안에서도 구원의 기쁨이 있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강아지로 표현하는 모욕적인 말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분명히 구원의 기쁨을 얻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누가 어떤 말을 해도, 누가 어떤 행동을 해도 구원의 기쁨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 믿음을 보신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마태 15,28)

자신의 자리에 대한 불평불만으로 가득 찰 때가 있습니다. 잘못된 길에 있다고 힘들어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은 주님의 사랑입니다. 이 사랑을 찾는 믿음이 분명히 내 삶을 기쁨과 행복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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