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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2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8-12 조회수 : 415

서울에서 강의를 마치고 식사를 하러 어느 분식점에 들어갔습니다. 자리는 많이 비어 있지만 치우지 않은 그릇들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어서 어디에 앉아야 할지를 모르겠더군요. 더군다나 손님이 왔는데도 반기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직원이 하나도 없습니다. 주인으로 보이는 분께서 주방에서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냥 ‘다른 곳으로 갈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강의를 마친 뒤라서 여유도 있었기에 ‘곧 치워주겠지’ 하면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적지 않은 손님들이 있었음에도 혼자 운영하는 모습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제자리에 놓여 있던 그릇을 정리해서 주인아주머니께 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이때 음식을 주문했지요. 알고 보니 함께 일하던 분이 급하게 일이 생겨서 혼자서 하고 있는데, 오늘따라 손님이 끊이지 않고 와서 이렇게 바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미안하다며 연신 사과를 하시더군요. 저는 “바쁘면 서로 도와야지요.”라면서 미안해하실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주문한 음식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서비스라고 하면서 떡볶이 한 접시까지 주시는 것이 아닙니까?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만약에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음식이 늦게 나온다면서 화를 냈다면 어떠했을까요? 우선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여기에 서비스는 전혀 기대할 수도 없겠지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왜 이 일을 하지 않는 거야?’라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자신이 하면 왜 안 될까요? 그러한 모범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만족스러운 상황에 설 수 있게 됩니다. 

성전 세를 거두는 사람들이 베드로에게 “여러분의 스승님은 성전 세를 내지 않으십니까?”라고 묻습니다. 이 성전 세, 반 스타테르는 부자와 가난한 이를 막론하고 영혼과 육신의 구원을 위해 성전을 드나드는 이는 누구나 내야 한다고 율법이 규정한 액수였습니다. 그렇다면 주님께서는 굳이 내실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죄가 없으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성전은 또한 하느님의 집, 그의 아들이신 예수님의 집이라고도 말할 수 있기에 굳이 성전 세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원리 원칙을 따지지 않으며, 당신 집에 대한 당신의 특권을 내세우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매우 신중하게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필요한 세금을 마련하시려고 당신의 능력을 이용하십니다. 

주님께서도 원리 원칙을 따지지도 않고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을 드러내지도 않습니다. 이 모범을 우리도 따라야 합니다. 자신의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는 나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주님께서 원하시는 희생과 나눔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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