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0주일
예비 신자를 대상으로 “천주교 신자가 되려는 동기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하면, 여러 다른 이유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라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이미 세례를 받은 신자들은 세례를 통해서 자신이 바라던 평화가 바로 오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복음적인 가치관과 세상의 가치관 사이에 늘 마음이 혼란스러운 것이 솔직한 우리의 현실입니다. 편법과 불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양심을 따르고 정도(正道)를 걸으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너무나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하려다보면 왠지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당장 주말마다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남들은 ‘주말여행이다, 캠핑이다, 등산이다, 낚시다.’하며 아무런 부담 없이 신이 나서 떠나는데, 신자가 된 후로는 주일 미사가 마음에 걸립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하소연까지 하십니다. “차라리 세례를 받지 않았더라면….” 혹시 여러분들도 이런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으셨습니까? 충분히 공감이 가는 하소연입니다. 결국, 그리스도교 신자가 되면 가장 먼저 우리에게 다가오는 느낌은 “손해 본다.”는 것입니다.
교회에서 자주 강조하는 말은 “먼저 용서하라”, “네가 좀 참아라”, “크게 양보하라”, “천주교 신자인 우리가 희생해야 한다.” 등 늘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라는 말입니다. 결국, 예수님을 만나서 우리가 얻게 되는 기쁨이나 행복도 크지만, 그에 못지않게 갈등이나 스트레스 역시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닙니다.
깨달음, 진정한 회개, 하느님과의 합일,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한 확실한 체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신앙 여정은 고되고 험난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 안에 살면서 우리가 누렸던 기쁨은 얼마나 충만한 것이었습니까?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을 알게 되면서 누리는 우리의 행복은 또 얼마나 큰 것이었습니까?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주시는 삶의 십자가 역시 기꺼이 져야겠습니다. 하느님을 선택함으로 인한 슬픔이나 고통 역시 그분께서 주시는 선물이기에 기꺼이 수용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처럼 예수님은 이 세상에, 우리 마음 안에 불을 지르러 오셨습니다. 우리의 세속적인 욕망을 태워버리는 불, 극단적인 이기심을 살라버리는 불을 지르러 오셨습니다. 결국 예수님은 삼라만상을 당신의 사랑으로 채우시려는 열정의 불, 세상 모든 사람을 당신의 자녀로 거듭나게 하시려는 강한 의지의 불을 지르러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오늘 다시 한번 그 예수님의 불이 우리 각자의 마음 안에서 활활 타올랐으면 좋겠습니다.
글 이승환 루카 신부(수원교구 능평 본당 주임)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