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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25일 _ [복음단상] 이승환 루카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8-25 조회수 : 397

연중 제21주일


우리는 많은 불안함을 갖고 세상을 살아갑니다. 그 불안함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죽음 이후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갖는 불안함도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지금도 여러분 가운데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과연 내가 올바로 살아가고 있는지?’ ‘나는 신앙인이 지켜야 할 많은 것들을 잘 지키며 살아가니까 내가 죽은 후에 하느님은 나를 모른 체 하시지는 않으시겠지?’ ‘비록 내가 약간의 죄를 짓는다 해도 그보다 더 많은 선행을 하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복음을 보면 바로 이런 의혹과 불안이 예수님을 따라다니던 제자들에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불안한 마음에서 제자들은 예수님께 질문을 합니다. “주님, 구원받을 사람은 적습니까?” 


한 편으로는 제자들은 늘 예수님과 함께 지내기에 자신들은 구원받을 수 있을 거라는 안도감이나 자부심을 갖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제자들의 이런 자부심을 가차 없이 깨뜨십니다. 구원의 문은 좁으니까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말씀하십니다. 또 문을 닫은 후에는 아무리 문을 두드리고 사정해도 열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시 유다인들은 자신들이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된 민족이라는 우월감에 빠져 율법서에 적힌 대로만 행동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다리던 메시아가 나타나지 않아 항상 불안에 떨며 생활하였습니다. 제자들 역시 예수님이 구세주이시라는 것을 확신하지 못했을 때였고, 예수님을 따라다니기는 하지만 어딘가 불안했던 점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구원에 대한 확답을 받고자 예수님께 질문을 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구원에 대한 약속을 하시지 않고 구원의 문이 좁은 문이라고 하십니다. 스스로 낮추고 작아지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기에 좁은 문입니다. 


작아진다는 것은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깨닫는 행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은총을 베푸십니다. 우리가 잘못을 거듭해도 도와주시고 보호해 주십니다. 이러한 은총에 감사하며 사는 것이 작아지는 것의 시작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우리의 약한 모습을 수없이 체험합니다. 비참한 일이나 억울한 일로 상처받기도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일을 불평과 분노 없이 받아들이며, 더 나아가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작아지는 생활의 출발이요, 좁은 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입니다.


“보라, 지금은 꼴찌지만 첫째가 되는 이들이 있고, 지금은 첫째지만 꼴찌가 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루카 13,30)


글 이승환 루카 신부(수원교구 능평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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