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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2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8-29 조회수 : 368

작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밤에 자다가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무릎 쪽에 커다란 통증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너무 아파서 벌떡 일어나 방의 불을 켜니 이불 위에 지네 한 마리가 보입니다. 지네가 자고 있었던 저의 무릎을 물은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제일 먼저 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또 물릴 수가 있으니 이 지네를 잡아서 처리하고 물린 부위에 벌레 물렸을 때 사용하는 약을 꺼내어 발랐습니다. 

이 지네는 우연히 제 방에 들어오게 되었을 것입니다(아직도 어디로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자신보다 몇천 배나 큰 거대한 인간을 발견해서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저를 물었겠지요. 설마 이 거대한 인간을 처리해서 이곳을 자기 땅으로 만들겠다는 목적이 있었겠습니까? 아니면 저에 대한 억하심정을 가지고 물었겠습니까? 또 그것도 아니면 좋은 먹이인 줄 알고 물었겠습니까? 단지 생존을 위해서 문 것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프기는 했지만, 지네에 대해 억울하지도 않고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도 들지 않습니다. 그보다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지네가 다시는 제 방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받은 상처들도 이런 것이 아닐까요? 상처를 받으면 먼저 상처의 치유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상처를 치유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향한 복수를 비롯한 부정적인 생각에만 머문다면 어떨까요? 가장 필요한 상처의 치유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을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을 죽였던 헤로데 임금에 대한 생각을 해 봅니다. 그는 헤로디아의 딸의 춤에 즐거워서 사람들 앞에서 맹세를 합니다. 이에 헤로디아와 그 딸은 자신의 결혼이 옳지 않다고 주장을 한 세례자 요한의 목을 달라고 청하지요. 맹세를 깨지 않기 위해서 소원을 들어주지만, 사실은 그 역시 세례자 요한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부정적인 마음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잘못된 맹세는 깨버리는 일이 더 합당합니다. 잘못된 맹세를 지킴으로 인해서 더 큰 죄악으로 치닫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세례자 요한의 말이 잘못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더 큰 죄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맹세를 깨고 올바른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기 자신의 잘못은 바라보지 못하고 맹세를 지켜야만 한다는 의무감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혼했던 전처 아버지와의 전쟁에서 대패한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지금까지도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잘못된 왕으로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성인께서는 “그리스도인답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십시오. 그러면 어떠한 해도 입지 않을뿐더러 더 큰 상도 받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랑으로 살아가는 삶, 주님의 뜻에 맞게 살아가는 삶을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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