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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3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8-31 조회수 : 449
어느 본당에서 모든 신자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본당 신부님과 사목회가 오랫동안 준비한 프로그램이었지요. 그러나 이 행사는 큰 실패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신자들이 참석하지 않았고 행사 진행에서도 미숙함이 많이 보였습니다. 꽤 큰 비용이 들었고 준비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들인 행사였는데 말이지요. 

행사를 마치고 며칠 뒤에 본당 신부님과 사목 위원들이 모여 이 행사 결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홍보분과장이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구역분과장이 연락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신자들의 참석이 적었다.’, ‘총무부장의 진행이 미숙했다.’, ‘재정분과장의 예산 집행이 잘못되었다.’ 등등의 말이 나오면서 상대방에 대한 질책과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식의 변명만 가득한 회의였습니다. 그러자 이 모든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본당 신부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총책임을 맡고 있었던 저의 잘못입니다. 전체적으로 점검을 잘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저의 책임입니다. 죄송합니다.”

바로 그 순간,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책임을 회피하려던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러웠기 때문이지요. 

사실 서로에 대한 질책이 계속되면 안 좋은 마음만 가득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따라 발전의 가능성도 없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책임을 지는 말이 나오게 되면 그때부터 이 안에서는 긍정적인 말, 발전 가능성의 말이 나오게 되는 법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탈렌트의 비유 말씀을 하십니다. 한 탈렌트가 얼마나 되는지 낯선 돈의 단위라서 감이 잘 오지 않겠지만, 한 탈렌트는 결고 적은 돈이 아닙니다. 예수님 당시 한 달란트는 성인 노동자의 약 20년의 임금에 해당했으니까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종들의 주인이 와서 셈을 합니다. 다섯 탈렌트를 받은 이는 다섯 탈렌트를, 두 탈렌트를 받은 이는 두 탈렌트를 더 벌어오지만, 한 탈렌트를 받은 이는 땅을 파서 돈을 숨긴 뒤에 주인이 왔을 때 받은 한 탈렌트를 그대로 내놓습니다. 그렇다면 수익을 냈기 때문에 칭찬을 받고, 아무런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어둠 속으로 내던져진 것일까요? 

주님께서는 이 세상 안에서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핑계만 대는 모습에 화를 내신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혹시 핑계와 이유만을 늘어놓으면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던 것이 아닐까요?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질 수 있으려면 무엇이든 주님의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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