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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9-13 조회수 : 375

오늘은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한가위입니다. 수확의 기쁨을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지금 자신이 있게끔 해 주신 조상님들께 감사드리는 날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모든 것이 풍요로운 시간이기 때문에 이런 말이 있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 풍요로움에만 갇혀 있으면 안 됩니다. 추수할 것이 많아 기쁜 날이고, 그 기쁨을 가족과 조상님과 그리고 하느님과 함께 나누는 것을 뛰어넘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분에게 원두커피 한 봉지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방에 들어와 커피 봉투를 열자 진한 커피 냄새가 너무 좋았습니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셔야겠다 싶어서 원두커피를 분쇄기로 갈고 물을 끓여서 커피를 내렸습니다. 진한 향기를 내는 커피가 제 앞에 놓였습니다. 기분이 좋았고 행복감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이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보다가 그만 실수로 손으로 커피잔을 쓰러뜨렸고 책 위에 커피를 쏟은 것입니다. 얼른 책 위의 커피를 종이로 닦았지만 누런 커피 자국이 선명합니다. 짜증이 밀려듭니다. 조금 전까지 커피 한 잔에 큰 기쁨을 얻었지만, 잠시 뒤 커피 한 잔에 짜증과 화가 밀려드는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모두 그렇지 않을까요? 내게 행복을 주는 것처럼 생각되는 그것이 잠시 뒤에는 아픔과 상처를 주는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세상의 것은 영원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자신의 생명은 어떻겠습니까? 이 세상 안에서 영원히 생명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부자는 미래를 내다보지 않습니다. 눈을 들어 하느님을 바라보지도 않습니다. 마음을 위해 하늘의 보물을 얻는 것은 조금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는 땅에서 소출을 거두듯이 자기 목숨의 길이를 스스로 정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합니다.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현재의 것들에 만족하여 “먹을 것이 많으니 먹고 마시며 즐기자.”라는 마음에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더 중요한 길, 지금 현재를 뛰어넘는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는 하느님 나라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승의 삶은 짧고, 누구나 예고 없이 죽음을 맞이합니다.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아는 사람은 준비 없이 최후를 맞아서는 안 됩니다. 성 암브로시오의 말씀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갈 수 없는 것들은 본디 우리 것이 아닙니다. 덕행만이 죽은 자의 동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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