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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7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9-27 조회수 : 384
초등학교 때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 가본 친구 집인데 글쎄 중국집입니다. 더군다나 어머니께서는 친구가 놀러 왔다고 자장면까지 만들어주시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자장면이 최고의 음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장면 먹은 티를 내려고 일부러 입가에 묻은 자장을 지우지 않고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자장면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이 친구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우리 아버지는 왜 중국집 사장님이 아니라 선생님이신 거야?’라면서 어린 마음에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집에서 식구들과 함께 자장면을 시켜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배탈이 난 것입니다. 배가 계속 아파 왔고 수없이 화장실을 다녀와야만 했습니다. 한동안 자장면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장면을 먹으면 또 배가 아프고 고생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그 뒤부터 중국집 아들 친구가 전혀 부럽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누군가가 가지고 있으면 부러움을 갖게 됩니다. 가지고 있지 않은 나는 불행한 사람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부러움은 절대로 영원할 수 없습니다. 나의 취향이 바뀌는 것처럼 부러움의 대상도 계속 바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지고 있고 없고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변하고 없어질 수 있는 것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에 자신의 모든 것을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때 있는 것에 감사할 수 있으며, 더불어 없는 것에도 의연하게 넘길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군중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은 세례자 요한, 엘리야, 옛 예언자 중의 한 분으로 이야기합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라고 물으시지요. 군중의 생각이 아닌 제자들의 생각을 물었던 것이지요. 그러자 베드로가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정답을 이야기합니다.

군중들은 그 누구도 주님이 그리스도이심을 고백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보여 주신 놀라운 기적을 보면 충분히 그리스도라고 고백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왜 그런 고백은 하나도 없었을까요?

군중들은 진짜 주님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의 관점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만 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 세상 삶을 뛰어넘은 구원을 위해 이 땅에 오신 주님을 보지 못하고, 단지 로마의 지배에서 해방해줄 정치적 메시아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세례자 요한, 엘리야, 옛 예언자 중의 한 명으로 예수님을 대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이들과 비교할 수 없는 크신 분이십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해 이 땅에 오신 주님을 제대로 바라보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은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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