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고 있는 믿음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돌무화과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겨라.’ 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루카 17,6) 라는 복음 말씀을 들으면 신앙인들은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우리 스스로 돈독하고 확고한 믿음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과연 예수님은 믿음이 부족한 우리를 질책하고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오늘 복음(루카 17,5-7) 이전에는 ‘하느님이냐? 재물이냐’(루카 16,13 이하),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16,19 이하), 그리고 ‘형제를 용서하라’(17,3-4)는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무욕(無慾)과 용서를 강조하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실천하기 힘들어하는 제자들을 더욱 위축시켰습니다. 사도들은 그들의 힘과 능력으로는 이런 난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인식하였고, 예수님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굳은 믿음을 청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요청에 예수님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 없음을 역설하십니다. 그런데 이 말씀은 믿음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제자들의 마음을 더 불편하고 난처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은 믿음이 없는 사도들을 질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지닌 믿음의 의미를 재해석하도록 이끌었습니다. 겨자씨 정도밖에 되지 않는 믿음이지만, 그 겨자씨 같은 작은 믿음도 ‘돌무화과나무’를 옮길 위력을 지닌다. 우리의 믿음은 크기로 측량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주님을 신뢰하고 주님과 함께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믿음이 돈독하지 않음을 탓하기보다는, 삶의 중심에 있는 ‘주님께 대한 믿음’을 어떻게 더 성장시키고, 주님의 뜻을 받들지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안에 머무르시는 성령의 도움’(2티모 1,14)을 의식하며, 주님이 함께하심을 의식하며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근심하고 고민하며 헤매기보다, ‘좁은 문’(마태 7,13)이지만 주님이 알려주시고 초대하시는 길, 그리고 이미 주님이 가셨던 희망과 구원의 길로 용감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예수님의 정신을 따라 예수님과 함께 걸어갈 때,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믿음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 선물인가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글 노희철 베드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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