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에서 구원으로
과거에는 나환우들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습니다. 나병은 한 번 감염되면 온몸이 뭉그러 지고 급기야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게다가 전염성이 강한 병으로 오인되어 나 병 환자의 접근을 두려워하고 금기시하였습니다. 그래서 나환우들은 사회에서 격리된 채 고립된 생활을 하도록 강요받았습니다. 지금은 나병이 전염성이 전혀 없어 타인과의 접촉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입증되었지만, 과거에는 두려움을 자아내는 병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모든 사람이 꺼리는 나병 환자들에게 치유의 기적을 베푸십니다. 예 수님은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루카 17,14)라는 말씀 한마디로 치유를 시작하셨습니 다. 그 결과 그들은 사제들에게 가는 동안 자신의 몸이 깨끗해진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10명 의 나병 환자가 치유되었지만, 이방인이었던 사마리아인 단 한 사람만이 예수님께 돌아와 하느 님을 찬양합니다. 아마도 9명의 나병 환자들은 병이 나은 것을 기뻐하며 하느님께 감사의 마음 을 가졌지만, 먼저 가족과 그 기쁨을 나누고자 집으로 돌아갔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느님을 찬양하며 감사를 드리러 왔던 사마리아 사람과 나머지 9명의 인 생은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예수님께 돌아온 사마리아 사람에게 예수님은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루카 17,19) 하고 말씀하십니다. 즉, 그는 육 체의 치유만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목표인 구원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입니다. 나머지 9명은 육 체의 치유는 일어났지만, 정신은 물론 온전한 인생을 위한 치유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육체가 깨 끗해지는 기쁨은 얻었지만, 앞으로 인생에서 또다시 나병에 걸리거나, 다른 병고에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마리아 사람은 육체의 치유와 더불어 구원자이신 예수님을 새롭게 만남으로써 영 원한 생명을 얻는 구원의 길을 발견합니다. 그는 예수님께 다시 돌아옴으로써 육신과 영혼의 생 명을 새롭게 받은 것입니다. 주님께 감사를 표현하고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 요한 것인가를 알게 됩니다.
우리는 살면서 인생의 다양한 맛을 체험합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체험하게 되는 사건들에 일희 일비(一喜一悲) 하기보다는, 주님이 우리 삶에 언제나 함께하심을 깨닫고,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지 금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을 발견할 때, 그분께서 영원히 함께하심을 알 수 있습니다.
글. 노희철 베드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