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아무나 하나!!
모든 신앙인이 간절히 원하는 것 중의 하나는 참되고 올바른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많은 신자가 ‘열심히 기도하고 싶은데 기도가 잘 되지 않는다.’며 참다운 기도의 방법을 질문합니다. 하지만 기도에 ‘잘 되는 기도가 있고, 잘 안 되는 기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가 어떤 마음자세로 주님과의 인격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시간을 함께 하는지가 보다 중요한 요 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와 세리의 기도 이야기를 통해 어떤 마음자세로 기도 에 임해야 하는가를 일깨워 주십니다. 복음에 등장하는 바리사이의 삶과 노력은 정말 대단합니 다. 그들은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십일조를 바치며, 불의한 행동을 하지 않으며 십계명은 완 벽하게 지키는’(루카 18,11 참조) 사람입니다. 반면 죄인이라 불리는 세리는 자신의 삶을 유지하기 위 해 백성들의 돈을 갈취(?)하여 로마에 바치는 매국노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계명을 성실하게 준수한다고 생각하는 바리사이의 기도는 당연히 하느님의 마음을 흡 족하게 하고, 의로운 기도로 인정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간 사람은 바리사이가 아니라 세리였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처사는 논리적이지 않고, 선을 중시하는 신앙의 측면에서도 이해하기 어렵 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 말씀을 하시게 된 전제는 ‘스스로 의롭다고 자신하며 타인들을 업신 여기는 자들’(루카 18,9 참조)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였습니다. 바리사이는 자신들의 행 위에 대한 ‘만족감’과 ‘자만심’을 내세우며 스스로를 의로운 존재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세리는 자신의 올바름을 내세울 만한 어떤 ‘의로움’도 가지고 있지 못하기에 하느님의 자비를 청할 수밖 에 없었습니다.
‘겸손한 이의 기도는 구름을 거쳐서 그분께 도달하기까지 위로를 마다한다.’(집회 35,21 참조)는 말씀처럼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주님의 자비를 청하는 사람이 의로운 사람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의롭다고 인정되는 것은 선행, 제물 봉헌, 단식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겸손하고 가난한 마음으로 주님께 의탁해야 이뤄집니다. 만일 의로움이 자신의 행위로부터 온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를 하느님과 같은 ‘구원자’로 오판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가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주님과 인격 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기도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마음 자세로 기도할 때, 우리는 주님과 깊 은 친교를 맺으며, 따스한 손길로 우리를 어루만져주시며 함께하시는 주님의 자비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글. 노희철 베드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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