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는 이들도 바라보시는 주님의 시선
우리의 신앙생활에서 하느님을 어떤 분으로 만나고 있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만난 하느님의 모습을 삶으로 드러내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오늘 말씀 전례를 통해 하느님은 벌주고 저주하는 분이 아니라, 살려주고 용서해 주시는 사랑의 아버지로 만납니다. 그러기에 오늘
1독서와 복음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사랑의 주님을 만나게 되니 참으로 행복합니다.
1독서 지혜서 저자는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모든 사람에게 자비하시고, 사람들이 회개하도록 그들의 죄를 보아 넘겨주시고,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시는 분, 생명을 사랑하시는 주님,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기에 모두 소중히 여기시며, 당신께서 만드신 것을 하나도 혐오하지 않으시고, 당신께서 지어내신 것을 싫어하지 않으시는 분이 바로 하느님이심을 고백합니다. 어느 특정한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을 사랑해 주시는 분. 이를 강조하기 위해 지혜
서 저자는 ‘모두’라는 말을 계속 반복하여 사용합니다. 모두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은 복음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예수님은 그가 세관장이든, 부자이든, 키가 작든 상관없이 인간이기에 사랑하십니다. 그가 어떤 모습의 사람인지는 예수님에게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가 사람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느님의 모습이 새겨진 사람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예수님이시기에, 그분의 시선은 가까이 있는 이들뿐 아니라, 멀리 있는 잘 보이지 않는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자캐오에게도 눈길을 두십니다. 사람은 누구나 눈에 띄는 거리에 머물고 가까이 있는 사람과 대면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시야를 넓혀, 멀리 있는 비록 부자이지만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
로부터 배척당하고 외면당하는 자캐오를 보시고 그를 먼저 부르셨다는 것입니다.
멀리 있는 자신에게 시선을 준 예수님, 자신이 어떤 사람이든지 상관없이 바라봐주시고 다가와 주시는 예수님에게 자캐오는 이 세상에서 받아보지 못한 관심과 사랑을 느꼈기에, 그는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 존재의 가치가 있음을, 쓸모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신 예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수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가난한 이웃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나눕니다. 예수님이 주시는 사랑은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큰 기쁨을 줍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멀리 있는 이들, 곧 외로운 이들, 외면당하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찾아 나서 손잡고,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글. 지철현 대건 안드레아 신부(미리내 성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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