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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6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1-06 조회수 : 347

강의 때문에 지방에 내려간 적이 있습니다. 식사를 간단하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근처 편의점에 들어갔습니다. 컵라면과 삼각김밥 하나가 식사로는 딱 맞거든요. 컵라면 1,300원 그리고 삼각김밥이 1,000원이었는데, 바로 옆에 있었던 삼각김밥이 할인해서 700원입니다. 

저는 무엇을 선택했을까요? 좋아하는 맛의 삼각김밥이 아니라 할인되는 삼각김밥을 선택했습니다. 더군다나 동전이 생기지 않는 딱 2,000원이었으니까요. 그리고 300원을 번 것 같기도 합니다. 

식사 후에 자동차 주유소에 들어갔습니다. 글쎄 50,000원 이상 주유하면 세차가 무료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는 것입니다. 주유를 마치고 세차장에 가서 주유 영수증을 내밀었더니, 하부 세차는 3,000원이라고 하면서 기왕 세차하는 것 3,000원 내고서 하부까지 세차하라는 것입니다. 이 직원의 말처럼 보이지 않는 부분도 깨끗하게 해야 차를 오래 쓸 수 있다는 생각에 흔쾌히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분명히 300원을 벌고 세차를 무료로 했는데, 생각해 보니 별 이득이 없어 보입니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삼각 김밥은 시간이 지나면 그냥 폐기처분을 하지 않겠습니까? 그냥 버릴 것에 700원을 쓴 것입니다. 또한, 제가 사는 동네에서는 하부 세차까지 해 주고 세차비로 2,000원 받습니다. 공짜라는 생각에 비가 약간씩 내리는데도 세차했는데 사실 돈 주고 괜히 세차한 것과 똑같습니다. 

세상의 상술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알면서도 속을 수밖에 없는 이 세상입니다. 이러한 세상의 기준만을 보고 듣는다면 과연 주님의 뜻을 마음에 간직하면서 제대로 따를 수 있을까요? 아마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 아닐까요?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물론 우리를 매우 당황스럽게 하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이 세상에 관계되는 것에만 집착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관계되는 것에 충실히 따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지혜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지혜에 집중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결국, ‘나보다 더’라는 말은 가족을 사랑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하지 말라는 것은 주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셨던 말씀과 정반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그 어떤 것도 당신보다 더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시는 것입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주님을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우리가 될 때 하느님 나라는 멀리에 있지 않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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