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장미의 이름’의 작가 움베르토 에코(1932-2016)는 소설가이면서도 기호학자, 철학자, 미학자로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석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그는 많은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기에 당대의 천재라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지요. 한 사람이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하십니까?”
움베르토 에코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세상에는 틈이 많습니다.”
누구는 시간이 없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지만, 누구는 시간이 많다면서 실제로 많은 것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삼자가 보기에는 시간이 많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늘 부족할 것만 같습니다. 왜냐하면,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입니다.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시간이 없으며,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면 시간이 많은 것처럼 다가오는 법입니다. 따라서 내 마음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에게 할 일이 밀려오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불의한 집사 이야기를 전해주십니다. 왜 이 비유를 들려주셨을까요? 우리가 보기에는 이 불의한 집사 이야기가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불의한 행동을 했음에도 칭찬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자기 주인을 속이고 주인의 재산을 낭비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일까요? 더군다나 집사는 횡령까지 하지 않습니까? 집사 자리를 잃은 뒤 안락을 얻기 위해 주인의 재산에 손실을 입히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행동을 칭찬하기 위해 이런 예화를 말씀하신 것은 분명히 아닐 것입니다.
주인이 집사를 칭찬한 이유는 주인을 속였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속임수라 할지라도 미래를 위해 영리한 기지를 발휘해서 준비하는 것처럼, 우리 신앙인도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에게 미래는 어떤 삶입니까? 바로 영원한 생명이 보장되는 삶입니다. 그렇다면 이 삶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혹시 계속해서 시간이 없다면서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우리 신앙인들이 가장 많이 뒤로 미루는 것은 ‘기도’일 것입니다. 너무나도 바쁘고 할 일이 많아서 기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씀하시지요.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하루에 잠시도 하느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낼 수 없을까요? 어쩌면 시간이 없다고 하는 말 자체가 커다란 거짓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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